전산망 분리 간담회서 방산업체가
“비용 지원” 요구하자 막말해 논란
방위사업청이 최근 방산업체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망 분리 의무화에 따른 비용 부담 때문에 정부 지원을 호소하는 중소기업들에 “사업을 접으라”고 윽박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가 사이버 공격 차단을 위해 방산업체들이 내ㆍ외부 전산망을 분리하도록 의무화했지만, 중소기업 입장에선 시스템 구축 비용이 만만치 않아 잡음이 일고 있다. 군 안팎에서는 방사청이 중소기업을 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장의 견인차로 육성하려는 문재인 대통령의 방침과 어긋나게 일방통행식 정책을 펴고 있다는 지적이 무성하다.
4일 방사청과 군 당국에 따르면, 방사청 A 국장(육군 소장)은 지난달 16일 공군회관에서 국내 50여개 방산업체를 모아놓고 간담회를 가졌다. 각 업체의 내ㆍ외부 전산망을 조속히 분리하도록 독려하기 위한 자리였다. 방사청과 기무사는 지난해 대한항공, 한진중공업, SK네트웍스 계열사 등 주요 방산업체가 잇따라 북한 해커의 공격을 받자, 방산업체들의 망 분리를 의무화해 이달 30일까지 망 분리를 하지 않는 기업은 방산업체 지정을 취소하고 각종 지원대상에서 배제할 방침이다.
이로 인해 중소 방산업체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망 분리에 대기업은 10억원 이상, 중소기업도 6억원 가량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기업 방산업체들은 비용 부담이 크지 않지만, 방산업체 중에는 연 매출이 기껏해야 5억원 안팎인 중소기업도 수두룩하다. 국내 방산업체 100여개 가운데 대다수인 70여개가 중소기업에 속한다.
이에 중소기업 관계자들은 “방산매출 대비 시스템 비용이 너무 과다해 어떻게 할 지 모르겠다”며 “방사청이 비용을 지원해달라”고 토로했다. 그러자 A 국장은 “그럼 사업을 접으라”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그게 정상적인 질문이냐”고 몰아세웠다. 질의응답 시간은 순식간에 난장판으로 변했고 약 1시간 동안 험악한 고성과 삿대질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한 참석자는 “업체를 발벗고 도와야 할 방사청이 점령군마냥 고압적으로 대하더라”며 “정부가 바뀌었는데도 달라진 게 없으니 한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A 국장은 “바뀐 제도에 따라 이달까지 의무적으로 망 분리를 해야 하는데, 방산업체 100곳 중에 불과 16곳만 기무사에 보안계획을 제출했다”며 “업체들이 비용분담 등 관련 지침이 제대로 안돼 있다며 불만을 제기하길래 시급성을 강조한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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