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시내에서 일어난 차량·흉기 테러 직후 연방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린 ‘반이민 행정명령’의 필요성을 역설해 논란을 빚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런던 브리지 테러 발생 약 1시간 후 자신의 트위터에 런던 테러 소식을 전한 드러지리포트의 트위터를 인용하면서 “우리는 현명해지고 방심하지 말고 강해져야 한다. 법원이 우리의 권리를 돌려주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는 추가 조치로 여행금지명령(반이민 행정명령)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집권 이후 추진했다 연방법원의 판결로 무효화된 반이민 행정명령을 추진해야 한다며 런던에서 발생한 테러를 근거로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민간인이 희생된 테러 사건을 자신이 추진하는 정책의 정당성을 주장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했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의 세실리아 왕 법률부국장은 트위터에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차별적이고 불법적 정책을 밀어붙이기 위해 테러를 이용할 때 우리는 격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앨리슨 그라임즈 켄터키주 국무장관은 “우리 통수권자(대통령)는 공포와 증오를 부추기기 위한 끔찍한 공격을 이용할 것이 아니라 미국의 중요한 동맹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번째 글을 올린 뒤 몇 분 뒤 다시 트위터를 통해 “미국이 런던과 영국을 도울 수 있는 것이 무엇이든 우리는 거기에 있을 것이다. 우리는 당신들(영국)과 함께한다. 은총이 있기를!”이라고 적었다. 그러나 4일 오전에는 다시 “정치적으로 올바르기를 그만두고 치안을 위한 일을 해야 한다”며 자신의 입장을 다시 내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심지어 “사상자가 발생했는데 사디크 칸 런던시장은 경계하지 말라고 한다”는 주장을 펴며 칸 시장을 비판했다. 그러나 칸 시장이 방송에서 이 문장을 쓴 것은 극단주의자의 테러가 아니라 치안 유지를 위한 런던시내 경찰력의 증강을 경계하지 말라는 의미였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 언론의 빈축을 샀다.
실제로 칸 시장은 런던시민에게 보내는 메시지에서 테러 공격을 “비겁한 공격”이라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런던시민들에게 “침착하면서도 경계를 늦추지 말라” “민주주의를 싫어하는 테러리스트들에게 우리가 투표하는 모습을 보여주자”는 발언도 내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해외의 테러를 이용해 반이민 행정명령을 옹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월 3일 프랑스 파리 루브르박물관에서 칼을 든 테러범이 경찰을 공격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미국은 더 똑똑해져야 한다”고 적었다. 같은 달 20일에는 “독일에 이어 스웨덴에서도 테러가 발생해 문제”라고 발언했다가 논란을 일으켰고 26일에도 공개 석상에서 “파리는 예전의 파리가 아니다. 미국에는 그런 일이 일어나게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이라크ㆍ이란ㆍ리비아 등 이슬람권 7개국 국민과 난민 입국을 90일간 금지한 1차 행정명령을 발표했지만 시애틀 연방지방법원과 샌프란시스코 소재 제9 연방항소법원에서 제동이 걸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3월 이라크를 제외한 6개국 국적자에 한해 기존 비자 발급자와 영주권자의 입국은 허용하고 신규 신청자의 입국은 90일간 금지하는 내용의 수정명령(2차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그러나 2차 행정명령 역시 메릴랜드ㆍ하와이 등지의 연방지방법원에서 효력중단 판결이 났고 버지니아주 리치먼드의 제4 연방항소법원은 5월 25일 이 판결을 그대로 유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미국 법무부는 연방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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