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사용처 불분명 60억 확인
인허가 로비자금 사용 가능성
市ㆍ업체 소명 자료 제출 안 해도
강제수사 안 나서 봐주기 의혹도
경찰이 최근 60억원대 회삿돈 횡령 의혹을 받고 있는 전남 여수시 돌산읍 상포매립지 택지개발업체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일부 자금이 정ㆍ관계 인사들에게 흘러 들어갔을 정황을 포착,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은 업체 측이 사용처가 불분명한 자금을 어디에 썼는지에 대한 소명 자료 제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데도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에 나서지 않아 봐주기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전남 여수경찰서는 3월 상포매립지 개발과 관련해 업무상 횡령 혐의로 고발된 택지개발업체 Y사 대표 A(50)씨가 회사 자금 60억원을 빼돌린 것으로 보고 자금 흐름을 추적 중이라고 4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법인 소유의 상포매립지 12만5,000㎡ 중 8만여㎡를 매각해 160억여 원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Y사의 상포매립지 매각 대금 등 자금거래 정보를 분석한 결과, 사용처에 대한 증빙자료가 없는 등 의심스러운 돈 거래 정황을 파악하고 구체적인 사용처를 조사 중이다. 경찰은 A씨가 횡령한 회삿돈 대부분을 해외투자 등 개인 용도로 쓴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일부는 지역 정치권이나 택지개발 인ㆍ허가권을 쥔 여수시 공무원들에게 로비 자금으로 건넸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상포매립지는 S토건이 1986년부터 택지개발을 목적으로 바다를 매립해 94년 2월 전남도로부터 조건부 준공인가를 받았다. 문제는 이 부지에 대한 조건부 준공 인가 이후 도로와 배수시설 등 준공 조건이 이행되지 않아 분양을 하지 못하다가 A씨가 2015년 7월 Y사를 설립해 부지를 매입하면서부터 공사 준공과 소유권 이전, 택지 분양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는 점이다.
경찰은 이처럼 20여 년간 풀리지 않았던 인허가 등 행정업무 처리가 갑작스럽게 이뤄진 점에 주목하고 있다. 경찰은 특히 A씨와 Y사의 법인 등기 이사인 B씨가 여수시 고위 관계자와 친인척 관계에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경찰은 이에 따라 지난달 24일 여수시에 상포매립지 택지개발 사업과 관련한 생산문서 등 관련 자료 일체를 임의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앞서 A씨에게도 횡령이 의심되는 자금의 구체적인 사용 내역 등을 수 차례 제출하도록 했다.
그러나 경찰은 여수시와 A씨가 지금껏 자료 제출을 하지 않고 있는데도 압수수색이나 계좌추적 등 강제수사에 나서지 않아 수사 의지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여수시 고위 인사에 대한 뒷돈 거래 의혹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아직 확인된 것은 없으나 (인허가 과정에서 돈이 흘러갔을 것이라고) 의심되는 부분이 있어 조사 중”이라며 “여수시가 공사 준공 전에 이행해야 할 도시계획시설을 준공 이후에 이행하도록 조건을 변경해 주는 등 특혜 의혹도 제기되고 있어 변경과정이 정상적으로 이뤄졌는지 확인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여수=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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