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출범 전후 부지불식 간에 고삐가 풀린 부동산과 가계부채 상황이 심상찮다. 집값 급등세는 서울을 넘어 수도권으로 확산되는 중이다. 당초 강남 4구 재건축 단지와 일부 전매제한 규제 해제 지역 분양권 거래에서 비롯된 비정상 거래열기와 가격 상승은 수도권 일부 지역 일반 아파트로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가계부채도 가파른 증가세가 재연됐다. 특히 잠시 주춤했던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세는 5월 6조원을 기록, 지난해 동기 증가액 6조7,000억원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팽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집값 상승세가 더욱 확산하거나 장기화할 가능성은 별로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시중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막대한 유동성이 존재해도, 정부는 기본적으로 부동산 경기의 인위적 부양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따라서 어떤 식으로든 주택대출을 더 죄고, 투기 규제를 강화할 것이다. 저금리 기조도 미국 기준금리의 6월 인상 가능성 등 하반기엔 추세가 바뀔 가능성이 적지 않다. 아파트 입주물량 역시 올 하반기에 22만7,000 가구가 집중되는 데 이어, 내년엔 45만 가구로 증가하는 등 전반적 시장은 오히려 위축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그럼에도 부동산 시장이 요동치는 건 집값 상승에 ‘베팅’할 만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선 새 정부의 신규주택 공급책이 대규모 택지개발 방식이 아닌 도시재생 뉴딜사업으로 기울면서 강남 등의 재건축에 대한 관심이 자극됐다. 부동산보유세 도입 유보 등도 낙관적 시장 분위기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 아울러 미국 금리가 상승해도 경기회복 필요 때문에 국내 금리를 곧바로 올리지는 못할 것이며, 따라서 부동산 시장에 타격은 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요컨대 향후 집값 상승 가능성이 분명히 차단되지 않은 상황에서 틈새시장에 대한 기대가 생성되면서 부동산 요동이 지속되고 있는 양상인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부동산 상황 등을 감안해 8월까지 가계부채종합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7월말로 일몰 기한이 되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의 강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도입 등이 조만간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집값은 불과 2~3주나 한 달 만에도 수천 만원 넘게 올라 내 집 마련을 꿈꿨던 서민을 울리기 십상이다. 범 정부 차원의 종합대책은 8월로 미루더라도 국토부든 금융위든 부처별 부동산ㆍ가계부채 대책은 6, 7월 중에라도 서둘러 내놓을 필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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