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보행자 전용도로 운영
광화문삼거리~세종대로 사거리
처음으로 양 방향 차량 통제
머드축제·로컬푸드 장터 등 열려
“머드(진흙) 색깔이 이렇게 다양한지 몰랐어요.” 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만난 천서영(10)양은 빨간색, 녹색, 파란색, 노란색 등의 머드를 바른 자신의 팔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천양 외에도 이날 광장일대를 찾은 1만여명의 시민들은 각양각색의 머드를 얼굴과 팔, 다리 등에 바르고 왕복 12차로 도로를 마음껏 활보했다. 가족 나들이에 나선 이들은 세종대로 양 옆으로 길게 늘어선 부스를 찾아 지역 특산품을 맛봤고, 연인들은 각종 공연과 축제를 보며 차량 없는 도로 위의 여유로움을 즐겼다.
이날 광화문삼거리부터 세종대로사거리까지 이어진 양쪽 방향 도로 1.1㎞(편도 550m)구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보행전용도로 운영됐다. 양 방향이 운영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시는 이날 차보다 사람이 중심이 되는 문화를 확산하자는 취지로 차량을 전면 통제했다.
시는 광화문 일대를 찾은 시민들을 위해 세종문화회관 앞 서측 세종대로에서 전국 6개 지역의 대표 축제를 모두 개최했다. 올해 7월 20회 축제를 앞두고 있는 충남 보령 머드축제가 대표적이다. 이날 도심 한복판에 마련된 슬라이드를 이용한 한병호(9)군은 “도심에서 열린 행사여서 슬라이드에 진흙 대신 물을 채웠다고 들었다”며 “다음달 보령을 찾아 진짜 진흙 슬라이드를 타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진흙을 체험하지 못한 시민들은 김동일 보령시장 등이 참석한 ‘머드버킷 챌린지’를 보며 아쉬움을 달랬다. 보령 출신 여고생들은 의자에 앉은 김 시장의 머리 위에 양동이에 담긴 진흙을 붓는 퍼포먼스를 벌이며 시민들을 즐겁게 했다. 김 시장은 “광화문 머드축제 는 세계인들의 이목을 집중하기 위해 마련한 것”이라며 “더욱 열심히 준비해 올해 축제도 성공적으로 이끌겠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이천쌀문화축제의 백미인 거북놀이 공연, 임실 N치즈축제의 명물인 치즈초코파이, 강진 청자축제의 물레성형 시연 등이 시민들을 즐겁게 했다. 또 금산세계인삼엑스포와 영동대한민국와인축제 주최측은 각각 홍삼차와 와인 시음 행사를 열었다. 임동현(44) 토지홍삼 대표는 “지역에서는 시민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제한적인데,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시민들이 직접 홍삼을 시음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행사”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예산 삭힌김치, 청양 로컬푸드 협동조합의 헛개나무, 홍성 팥장, 양주 개똥쑥 등 100여개의 로컬푸드가 한 자리에 모인 도옹상생장터도 열렸다.
남편과 두 아이와 함께 광화문 일대를 찾은 박현진(36)씨는 “평소 차량으로 붐비던 거리를 가족과 함께 걷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했다”며 “전국을 다니지 않고도 각 지역의 공연과 음식을 체험할 수 있어 아이들에게도 좋은 경험이 됐다”고 설명했다.
박주희 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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