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처 못 찾은 뭉칫돈 몰린 듯
잔액이 10억원을 넘는 은행의 ‘거액 예금계좌’ 규모가 지난해 30조원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정기예금, 정기적금, 기업자유예금, 저축예금 등 저축성 예금 잔액은 작년말 기준 1,061조340억원으로 1년 동안 5.2%(52조7,250억원) 늘었다. 저축성 예금은 개인이나 기업이 자산증식 등을 위해 일정기간 금융기관에 예치하는 금융상품을 일컫는다.
예금 규모별로 보면 잔액 10억원을 초과하는 계좌의 총예금은 465조8,730억원으로, 1년간 7%(30조3,150억원) 늘면서 전체 평균 증가율을 크게 웃돌았다. 잔액 1억원 이하 계좌 규모(408조4,660억원)는 1년 사이 3.1%(12조1,07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밖에 1억∼5억원 계좌(137조8,160억원)는 6.4%(8조2,390억원), 5억∼10억원(48조8,790억원)은 4.4%(2조640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거액 계좌’ 증가세는 수익성이 좋아진 기업들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일단 은행에 자금을 넣어둔 영향이 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 마땅한 투자처를 차지 못한 채 가로막힌 자산가들의 뭉칫돈도 포함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2013년 14조1,110억원 줄었던 잔액 10억원 초과 저축성 예금은 2014년 36조1,780억원, 2015년 36조5,540억원씩 늘어나는 등 증가폭을 키우고 있다. 다만 올해는 기업들의 설비투자 증가율이 높아지는 등 기업 투자가 늘고 있어 거액 예금계좌가 최근 수년간 처럼 급증할 지는 미지수다. 김용식 기자 jawoh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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