샹그릴라 회의 계기 한미국방장관회담서
환경영향평가 등 사드 배치 늦어질 가능성 논의는 없어
청와대 조사에는 “말로써 말 많으니, 말 말을까 하노라”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3일(현지시간) 제16차 아시아안보회의(일명 샹그릴라회의)를 계기로 열린 한미 국방장관회담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의 배치 완료 시기 등 세부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샹그릴라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싱가포를 방문 중인 한 장관은 이날 국내 취재진과의 간담회에서 미국과의 회담에서 연내 사드 배치 완료나 환경영향평가 등에 대한 언급이 있었는지를 묻는 질문에 "그런 것은 언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새 정부의 (사드 문제에 대한) 입장을 전달할 필요가 있었고, 미국 측도 한국 정부에 대해 이해하고 신뢰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앞서 한 장관은 이날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과 한미 국방장관회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한 장관은 "사드 문제와 관련한 최근 한국 정부의 조치는 전적으로 국내적 조치이며 기존의 결정을 바꾸거나 미국에 다른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이 아니다"는 문재인정부의 입장을 전했다.
청와대가 최근 국방부의 사드 발사대 4기 보고 누락 사건을 계기로 환경영향평가 등 사드 배치의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 한미의 사드 배치 결정 자체를 번복하려는 의도가 아니라는 정부 입장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매티스 장관은 "(한국측 입장을) 신뢰하고 이해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환경영향평가 등으로 사드 배치 완료가 당초 목표보다 늦어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양측 간 논의가 없었다는 것이다.
한 장관은 매티스 장관의 "이해하고 신뢰한다"는 입장의 구체적 의미를 묻는 질문에 "지금 국내에서 사드 관련 검토되고 있는 것들을 다 포함하는 것으로 본다"며 "미측의 신뢰한다는 입장은 사드 배치 결정이 유지될 것이라는 데 대한 신뢰를 뜻하는 것으로 이해한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가 민간 차원의 남북교류 재개 조치를 취하고 있는 데 대한 한미 간 논의가 있었냐는 질문에 한 장관은 "주로 북핵 정세에 대한 평가와 국방교류를 논의했기 때문에 그와 관련된 언급은 없었다"고 말했다.
국방부의 사드 보고 누락 파문으로 최근 청와대의 조사를 받은 한 장관은 지난달 28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의 오찬에서 사드와 관련 어떤 언급이 있었냐는 질문에 "(청와대의) 조사가 나름대로 정리되고 있는데 이런 저런 말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한국말에 '말로써 말 많으니 말 말을까 하노라'"라는 말이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번 사드 보고 누락 논란에 말을 보태는 것이 여러모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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