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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력가 50억대 땅 빼앗고 정신병원에 감금한 사기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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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력가 50억대 땅 빼앗고 정신병원에 감금한 사기범

입력
2017.06.04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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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고령의 재력가에게 접근해 강남 일대 50억원대 땅을 빼앗은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허위로 혼인신고 한 여성을 보호자로 내세워 피해자를 정신병원에 가두기까지 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정신질환이 있으나 가족 없이 혼자 사는 피해자 A(67)씨에게 접근해 50억원 상당의 토지를 강제로 빼앗은 뒤 범행을 들키지 않기 위해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시킨 혐의(특수강도 및 감금)로 주범 정모(45)씨 등 4명을 구속하고, 피해자 폭행에 가담한 공범 박모(59)씨 등 4명을 불구속입건했다고 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는 2014년 말 공범 박모(57)씨에게 “A씨가 양재동에 303㎡(35억 상당), 성내동에 231㎡(15억 상당) 토지를 소유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A씨의 재산을 가로채기로 범행을 모의했다. 자수성가한 사업가였던 A씨는 1990년대 사업부도 이후,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컨테이너박스를 설치하고 주차장을 운영하며 혼자 살고 있었다. 가족은 물론, 주변사람과 교류가 거의 없었으나 A씨가 수십 억대 땅을 보유하고 있다는 소문은 주변 부동산 등을 통해 파다하게 퍼져 있었다.

정씨 일당은 A씨가 폐쇄적인 생활을 했으므로, 토지를 처분하거나 행방이 묘연해져도 관심을 둘 만한 사람이 없을 것이라 판단했다. 정씨와 박씨는 지인 김모(61)씨에게 “범행을 도와주면 빌라를 한 채 사주겠다”고 꼬드겨 2015년 1월 중순 A씨와 허위로 혼인신고를 하게 했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A씨가 정보기관을 두려워한다는 사실을 미리 파악해둔 일당은 피해자가 살고 있는 컨테이너 박스로 쳐들어가 “안기부(국가안전기획부) 직원이다”고 속여 피해자를 납치, 폭행했다. 정씨 일당은 부동산 매도용 인감증명 등 필요한 서류를 A씨에게 받아 내 같은 해 2월 양재동 땅을 팔고, 4월 성내동 땅을 팔아 세금을 뗀 30억원 가량을 챙겼다. 이들은 충북 청주 모텔에 A씨를 7개월간 감금하다, 감시가 부담스러워지자 허위로 혼인신고 한 김씨를 법적 보호자로 내세워 전북 모 정신병원에 감금했다.

경찰은 “50억원 상당 토지를 소유한 독거 노인이 토지 매매 후 행방불명 됐다”는 첩보를 입수한 뒤 ▦장기간 가족이 없던 피해자에게 배우자가 등재된 후 곧이어 토지 매매가 이루어진 점 ▦ 피해자가 평소 토지에 대한 집착이 강해서 토지를 절대 처분할 사람이 아니라는 점 ▦ 거액의 토지 매매 대금이 어디로 흘러간 지 알 수 없는 점 등 의심스러운 정황을 파악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정신병원에 입원 중인 피해자를 찾아 조사한 결과, 피해자는 토지 매도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 상태였다. 경찰관계자는 “A씨 보호의무자를 김씨에서 지방자치단체로 전환했다”며 “치료비와 생계비를 비롯해 피해회복을 위한 법률지원 방안을 관계기관과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사건개요도.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제공
사건개요도.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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