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공안당국 “해고 통보에 불만 품어”
운전석 뒷자리서 라이터ㆍ휘발유 발견
유족들 결과 수용… 장례ㆍ배상 협의
중국 공안당국이 지난달 산둥(山東)성 웨이하이(威海)시에서 발생한 유치원 통학버스 화재 참사가 운전기사의 방화 때문이라고 결론지었다. 유족 측은 처음에는 증거 부실 등을 이유로 수사결과에 반발했으나 공안 측이 추가 증거를 제시하자 수용했다.
산둥성 공안청은 2일 수사결과 브리핑에서 중국인 버스 운전기사 충웨이쯔(叢威滋ㆍ사망)가 심신미약 상태에서 버스에 불을 질러 참사가 벌어졌다고 발표했다. 왕진청(王金城) 공안청 부청장은 “발화 지점은 운전석 뒷자리로 통학버스에서 운전기사가 산 라이터와 휘발유 흔적이 발견됐다”면서 “해당 운전기사가 범행 전날 학교에서 해고 통보를 받아 불만을 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달 9일 웨이하이시의 한 터널에서 중세한국국제학교 부설 유치원 통학차량에서 불이 나 유치원생 11명과 중국인 운전기사 1명, 중국인 인솔교사 1명 등 모두 13명이 사망했다. 주중 한국대사관은 이중국적을 포함할 경우 사망한 한국인 유치원생이 10명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중국 공안은 사고 시간대에 터널을 운행했던 차량 280여대의 블랙박스 등에 저장된 총 5만시간 분량의 동영상을 면밀히 분석해 충씨의 범행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감식 과정에는 공안부 톈진(天津) 소방연구소, 사법부 사법 감증 과학연구소, 산둥성 공안청, 칭다오(靑島) 공안국 형사지대 기술처 등이 총동원됐다. 해당 버스는 디젤 경유차이고 충씨가 비흡연자라는 점에서 이번 참사는 교통사고로 인한 발화가 아니라 계획적인 범죄일 가능성이 크다고 공안당국은 강조했다.
유족 측은 당초 공안 설명이 추돌사고 발화에 따른 사고라는 초동수사 내용과 크게 다르고 범행동기가 불분명한 점, 영상 증거물이 부실하다는 점을 들어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거세게 항의했다. 하지만 이날 오후 공안이 공개한 추가 동영상을 통해 충씨가 4월 20일부터 방화를 목적으로 휘발유를 준비했고, 사고 당일 오전 휘발유통을 차량 운전석 뒤편에 놓은 정황을 확인했다. 충씨가 승차하면서 휘발유통을 여는 장면도 영상에 나온다. 유족 대표인 김미석씨는 “오전 브리핑 때 볼 수 없었던 증거 동영상을 보고 유족들이 수사결과에 수긍했다”고 말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조사 결과에 경악한다”며 “중국 측은 사후 처리에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예리윈(葉立耘) 웨이하이시 부시장 겸 공안국장은 “형사사건인 만큼 배상 책임은 중국법에 따라 진행하며 유족은 민사소송을 통해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중 한국대사관도 중국 측과 장례 절차 및 배상 협의를 지속해 나갈 계획이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