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亞안보회의 참석
“국내 절차적 정당성 확보 필요”
美매티스 장관 만나 설명할 것
아시아ㆍ태평양 지역 최대 규모의 국제 안보회의인 아시아안보회의(일명 샹그릴라 회의)가 2일 싱가포르에서 개막했다. 지난달 출범한 문재인 정부로서는 북핵외교 데뷔 무대지만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발사대 4기 반입 보고 누락 사태’와 절묘하게 맞물린 시점이어서 사드 문제를 두고 한미 간 미묘한 신경전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번 회의 참석을 위해 이날 싱가포르에 입국한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회의장인 샹그릴라호텔에 도착,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3일 예정된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과 회담에서 밝힐 사드 관련 입장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이미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것이 있기 때문에 (사드 배치를 위한) 국내에서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과정이 필요하다는 말을 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최근 불거진 국방부의 사드 보고 누락 사태를 계기로 철저한 환경영향평가를 통한 사드 배치 정당성 확보를 강조하고 있다. 이번 샹그릴라 회의를 통해 미국에 대해 이같이 달라진 우리 정부의 입장에 대한 이해를 구하겠다는 뜻이다.
한 장관은 다만 “이것(사드 문제에 대한 달라진 정부 입장)이 다른 변경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명확하게 전달하겠다”고 덧붙였다. 사드 문제에 대한 최근 청와대의 움직임이 한미의 사드 배치 결정 자체를 부정하기 위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한 장관은 같은 날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일본 방위상과 한일 국방장관회담을 가진 뒤 한미일 국방장관회담까지 갖고 북한 핵ㆍ미사일 위협 대응을 위한 공조체제를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정부 대표단은 미일과의 회담에서 최근 북한의 잇따른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을 강력 규탄하면서도 전략적 차원의 대북 대화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 한 장관은 “한미일 3자회의나 한미, 한일 양자회담 등에서 북핵 미사일 위협이 주는 엄중한 안보 상황에 대한 관련국들의 공감대와 공동의 인식을 확산시키고 국제적으로 진행되는 공조를 더 강화하는 데 일익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장관은 회의 첫날인 2일 머리스 페인 호주 국방장관을 만나 북핵 공조 방안을 논의했다. 문 대통령과 맬컴 턴불 호주 총리는 지난달 통화에서 양국 외교ㆍ국방장관 2+2 회의 개최를 통해 양국 간 전략적 소통을 강화키로 한 바 있어 이에 대한 후속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한 장관은 리야미자드 리아쿠두 인도네시아 국방장관도 만나 방산 분야에서의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
싱가포르=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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