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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진구 “연기 잘한다는 말 들을 때마다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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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진구 “연기 잘한다는 말 들을 때마다 행복"

입력
2017.06.02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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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대립군’으로 성인 연기자로 첫발을 뗀 여진구는 “나이를 신경 쓰지 않고 연기하다 보면 아역 시절과 다른 이미지를 보여드릴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영화 ‘대립군’으로 성인 연기자로 첫발을 뗀 여진구는 “나이를 신경 쓰지 않고 연기하다 보면 아역 시절과 다른 이미지를 보여드릴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소년은 자라 남자가 됐다. 어느덧 스무 살. 이젠 촬영 뒷풀이에서 사이다 대신 술잔을 부딪혀도 되는 나이다. 이번 대통령선거에서 당당히 한 표도 행사했다. “이대로만 자라다오”라던 누나팬들의 염원이 이뤄졌다.

최근 개봉한 영화 ‘대립군’은 배우 여진구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이 영화를 통해 성인 연기자로 첫발을 뗐다. 남자배우라면 누구나 한번쯤 탐낸다는 광해를 연기한다. 임진왜란 때 한양을 버리고 피란 간 선조를 대신해 백성을 돌보고 왜군에 맞서면서 진정한 군주의 길을 깨닫는 광해의 모습에 여진구의 성장이 오롯이 포개진다.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흐뭇한 웃음이 입가에 절로 번진다. 정말 잘 자랐다, 여진구.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마주한 여진구는 “주변 사람에게 믿음을 주는 광해의 성품이 부러워 영화에 출연하게 됐다”고 말했다. “어떤 작품과 인물을 만나게 되면, 가장 먼저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를 생각하게 돼요. 거기서부터 상상을 하다 보면 한 사람으로서 배울 점이 보이더라고요. 인물에서 영향받으면서 저 또한 성장하게 돼요. 백성을 누구보다 소중히 생각하는 광해에게서 많이 배우겠구나 싶었죠.”

여진구는 왕세자라는 포장지를 벗겨냈다. 주변 사람들은 광해를 왕세자로 대하지만 정작 광해는 자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는 “소년의 유약함과 인간미에 중점을 두고 사극 톤 연기를 자제했다”며 “결말에서도 완벽한 군주가 아니라 자신에게 주어진 무게를 힘껏 견뎌 내려 하는 한 인간으로 그려 내고 싶었다”고 했다.

영화는 광해의 변화를 통해 ‘진정한 리더란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를 내린다. 여진구는 “관객들에게 희망적인 메시지로 다가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영화 ‘대립군’에서 여진구(왼쪽)는 이정재 등 대선배들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배짱 있게 제 몫을 해낸다.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영화 ‘대립군’에서 여진구(왼쪽)는 이정재 등 대선배들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배짱 있게 제 몫을 해낸다.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그만큼 책임감이 컸다. 준비도 단단히 해뒀다. 그런데 막상 촬영장에선 준비한 연기를 거의 써먹지 못했다. “광해와 함께한 대립군 역 선배들, 백성으로 출연한 여러 배우 분들과 눈을 마주 보고 호흡하면서 새로운 감정이 가슴에서 꿈틀대더군요. 제가 준비한 연기가 아니라 현장에서 느껴지는 것들을 표현하려 했어요. 저에겐 새로운 시도였죠.”

카메라 밖에서도 새로운 경험을 했다.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촬영하는 동안 선배들과 돈독한 정을 쌓았다. “한번은 뒷풀이 자리에서 제가 선배들과 술 마시는 게 처음이라고 하니, 선배들이 ‘그러면 오늘은 진구가 가고 싶은 곳에 다 가자’고 하시는 거예요. 그런데 밤이 늦어 가게들이 다 문 닫았더라고요. 편의점 앞 테이블에 둘러 앉아 맥주를 마셨죠. 오랫동안 잊지 못할 추억이 됐어요.”

‘대립군’과 같은 시기에 tvN 드라마 ‘서클’ 방영도 시작했다. 연기 활동이 바빠져서 대학은 휴학 중이다. 지난해 중앙대 연극영화학과에 입학해 1년간 캠퍼스 생활을 만끽했다. “어릴 때부터 연기했기 때문에 주로 현장에서 선배들께 연기를 배웠어요. 제 또래 친구들은 어떤 시선과 태도로 연기하고 있을지 궁금했죠. 영화나 드라마에 익숙한 저와 달리 대학 동기들은 연극 무대에 익숙하더군요. 정말 많이 배웠어요. 대학에 가야 하나 고민도 했는데, 지금은 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도 배역을 잘 소화해 내는데 얼마나 더 잘하려고 이렇게 욕심을 낼까. 그 모습이 보기가 좋아 ‘연기 잘한다는 얘기를 들으면 어떠냐’고 괜히 짓궂은 질문을 던져 봤다. “정우성 선배님이 ‘잘생겼다’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짜릿하다’고 말씀하시곤 하잖아요. 저에게는 ‘연기 잘한다’는 말이 그런 것 같아요. 들을 때마다 행복하고,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 않아요. 하하.”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영화 ‘대립군’은 산악 영화를 방불케 할 정도로 고된 촬영장이었다. 여진구는 “등산하듯 촬영 다니면서 건강해졌다”며 해맑게 웃었다.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영화 ‘대립군’은 산악 영화를 방불케 할 정도로 고된 촬영장이었다. 여진구는 “등산하듯 촬영 다니면서 건강해졌다”며 해맑게 웃었다.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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