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미래 거부한 것” 비판
민주 주지사ㆍ시장들 동맹 결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제사회의 엄청난 반발이 확실시되는 상황임에도 1일(현지시간) 파리기후변화협정(파리협정) 탈퇴를 선언한 이유는, 그 자신이 온실가스 규제에 사활적 이해가 달린 에너지ㆍ제조업ㆍ건설업 분야 기업들과 밀접한 관계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화당 자금줄이기도 한 이들 ‘에너지 기득권층’은 화력발전소 폐쇄 등 온실가스 감축을 목표로 한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기후행동계획(CAP)’ 을 불필요한 규제로 치부하며 공공연히 파리협정 탈퇴를 주문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중요한 국무장관 자리에 석유재벌인 엑손 모빌 최고경영자(CEO) 렉스 틸러슨을 앉히고, 미국 환경청(EPA) 수장으로 강경한 기후변화 회의론자인 스콧 프루잇을 임명한 것은 간접적으로나마 이들의 영향력을 짐작케 한다.
국정 기조 중 하나로 ‘기후행동계획’ 폐기를 포함시키기도 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3월 주요 탄소배출 규제를 해제하는 ‘에너지독립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파리협정 탈퇴는 예고된 수순이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규제를 철폐해 석탄화력발전을 부흥시키고 이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주장했는데, 실현 가능성과 별개로 이 주장은 자신의 당선에 결정적 기여를 한 ‘러스트 벨트’ 노동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을 수 있다. ‘러시아 대선개입 스캔들’로 정치적 위기에 빠진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파리협정 탈퇴를 지지자들을 규합해 위기 탈출을 위한 전기로 삼을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 인사들을 중심으로 정치권에서는 이번 결정에 대한 비판이 봇물처럼 이어졌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날 긴급성명을 내 “미래를 거부한 것”이라고 비판하며 “미국은 파리협정 전면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소속 주지사들과 60개 이상의 지역 시장들도 이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리 브라운 캘리포니아 주지사,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 등은 파리협정 유지를 위해 ‘미국 기후 동맹’을 결성했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탈퇴 결정 명분으로 “파리가 아닌 피츠버그 시민들을 위해서”라고 밝혔지만 정작 빌 페두토 피츠버그 시장은 “우리 시민과 경제, 미래를 위해 파리협정의 지침을 따르겠다”고 반발했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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