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윤의 멍멍, 꿀꿀, 어흥]
“돌고래들이 이제 바다로 돌아간대. 앞으로 쇼를 하지 않는대.”
최근 돌고래 설명회를 보기 위해 서울대공원 해양관을 찾았던 관람객들은 닫힌 문 앞에서 발을 돌렸다. 서울대공원에서 몇 가족을 만나 봤다. “아쉽죠. 그렇지만 돌고래들은 고향 바다로 돌아가는 거니까요.” 관람객들은 대부분 비슷한 답변을 했다.
서울대공원은 지난 5월 7일 생태설명회를 끝으로 돌고래 쇼를 중단했다. 조연으로 출연하던 물개도 돌고래와 함께 은퇴했다. 고별 쇼에 출연한 서울대공원의 마지막 돌고래들은 제주 출신 남방큰돌고래 금등이와 대포였다. 금등이가 제주 금등리 앞바다에서 어부에게 붙잡혀 동물원 수족관으로 팔린 것은 1997년, 대포가 대포동 앞 바다에서 포획된 것은 1998년이다.
금등이와 대포는 5월 22일 제주도 바다로 돌아갔다. 금등이와 대포는 무려 20년 만에 답답한 수족관을 벗어나 고향 바다로 돌아간 것이다. 무진동 트럭을 타고 인천공항으로, 비행기를 타고 제주공항으로, 다시 무진동차를 타고 항구로, 배를 타고 가두리 야생 적응장으로 이동하는 고된 여정이었다.
금등이와 대포는 이제 곧 바다로 돌아가 꿈에 그리던 동료들과 만나게 될 것이다. 20년 만의 귀향과 이산가족 재회, 생각만 해도 감격스런 일이다. 금등이와 대포는 헤어졌던 가족은 물론이고 서울대공원에서 같이 쇼를 하던 동생 제돌이도 만날 것이다. 우울증에 걸린 채 한동안 같은 수족관에 살다가 먼저 바다로 돌아간 복순이, 태산이도 만나게 될 것이다.
금등이와 대포는 7월 중순에 완전히 야생 바다로 돌아갈 예정이다. 그래서 지금 가두리에서 한창 야생으로 돌아가는 연습을 하고 있다. 20년 전 야생을 잃어버리는 훈련을 받았으나 지금은 다시 야생을 회복하는 훈련을 받는다니, 참 고단한 고래 인생 즉 ‘고생’이다.
하지만 여전히 수족관에 갇혀 바다로 갈 꿈도 꾸지 못하는 다른 돌고래들에 비하면 행복한 고생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금등이, 대포가 야생으로 돌아가기 위해 회복해야 할 가장 중요한 능력은 활어잡기 기술이다. 수족관에서 20년 간 죽은 냉동 생선을 먹고 살았지만 다행히 금등이와 대포는 놀랍게도 물고기 잡는 기술을 잊지 않았다. 펄펄 뛰는 고등어도 순식간에 잡고 넓적한 넙치, 먹물 뿜는 오징어를 문제없이 낚아채고 있어 야생에 잘 적응할 것으로 보인다.
돌고래쇼를 금지, 폐쇄하는 국제적 흐름을 타고 서울시 공영 동물원인 서울대공원은 ‘돌고래 없는 동물원’으로 거듭났다. 더불어 114마리밖에 남지 않은 멸종위기 남방큰돌고래 보전과 동물복지 역사에 위대한 족적을 남겼다.
그러나 거제, 울산 등 다른 지역자치단체에서는 여전히 많은 돌고래들이 가혹한 훈련을 받고 쇼에 동원되고 있다. 부산시는 시대의 흐름을 역행해 돌고래쇼장을 신설하려고 한다. 이들 대부분은 잔인한 학살과 포획으로 악명 높은 일본 다이지 바다에서 수입한 돌고래들이다.
이번 여름 혹시 돌고래쇼를 보러 갈 마음이었다면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에 연락해보자. 핫핑크돌핀스는 예년처럼 올해도 돌고래 여름학교를 열어 야생 돌고래를 만날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남방큰돌고래는 연안을 회유하기 때문에 뭍에서도 얼마든지 관찰할 수 있다.
글·사진= 황윤 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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