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의 부탁을 받고 필리핀에서 한국인 3명을 총기로 살해한 남성에 법원이 징역 30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 성창호)는 국내에서 유사수신행위를 하다가 필리핀으로 도피한 한국인 3명을 지인 부탁을 받아 살해한 혐의(강도살인ㆍ사체유기)를 받고 있는 김모(35)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다고 2일 밝혔다.
김씨는 지난해 10월 지인 박모(38)씨와 공모해 필리핀 바콜로시의 한 사탕수수밭에서 한국인 3명을 총기로 살해한 뒤 시신을 버리고 도망쳤다. 피해자 3명은 사건이 발생하기 두 달 전 국내에서 150억원대 유사수신 범행으로 경찰 수사를 받게 되자 필리핀으로 도피했고, 박씨는 이들에게 은신처를 마련해줬다. 피해자들은 박씨의 제안으로 박씨가 운영하던 카지노에 3,000만 필리핀 페소(약 7억2,000만원)를 투자하기도 했다.
하지만 박씨는 피해자들의 돈을 빼돌릴 목적으로 이들을 살해하기로 결심한 후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김씨에게 1억원을 주기로 하고 청부살해를 맡겼다. 범행 후 한국에 돌아온 김씨는 도피생활을 하다가 지난해 11월 경찰에 체포됐다. 주범인 박씨는 필리핀 현지에서 잠적했다가 현지 경찰에 붙잡혔고, 이후 국내 송환절차가 진행되던 중 도주했다가 지난달 다시 체포됐다. 필리핀 당국은 현재 박씨를 한국으로 추방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재판부는 “박씨의 청부살해 제안을 수락해 사전 계획하에 피해자들을 잔인하게 살해한 범죄라는 게 인정된다”며 “원한관계나 치정, 우발적 격분 등으로 발생하는 통상의 살인과도 성질이 다른 것이어서 죄질이 극히 나쁘다”고 밝혔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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