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6년부터 가동한 창원2공장
로봇이 작업자 손 앞에 부품 배달
포장 상태 점검까지 기계가 맡아
세탁기 문 여닫기 1만 번 등
생산 제품 내구성 꼼꼼히 검증
여기 세탁기, 건조기 등 덩치 큰 가전을 11초에 한대 꼴로 찍어내는 공장이 있다. 공장에 들어서서 가장 먼저 만나는 건 140m 길이의 제조라인. 라인 초입에는 세탁기와 건조기 몸체로 쓰일 스테인리스 평판을 ‘ㄷ’ 모양으로 접는 자동화 장비가 있는데, 이 과정에 걸리는 시간은 단 1초다. 이어 10초 정도 제조라인을 따라 부품이 조립되면 번듯한 제품 하나가 탄생한다.
제조가 끝나면 헹굼, 탈수 같은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품질 검사가 시작된다. 검사를 통과한 제품만 포장 공정으로 넘어갈 수 있다. 포장은 자동화된 설비가 맡는다. 포장 박스 안에 액세서리나 추가 부품이 제대로 들어갔는지 확인하는 것도 사람이 아닌 자동점검 시스템의 몫이다.
이렇게 제조라인 맨 처음부터 운송용 컨테이너에 실리기 직전까지 걸리는 시간은 총 15분 정도. 1976년 가동을 시작한 ‘LG전자 의류관리 가전의 메카’ 창원2공장 얘기다.
자동화ㆍ모듈화로 생산 속도 10배 향상
31일 찾은 경남 창원시의 LG전자 창원2공장 내 A1동은 드럼 세탁기와 미니 통돌이 세탁기를 결합한 ‘트윈워시’, 의류관리기 ‘스타일러’, 건조기 등이 쉴 새 없이 생산되고 있었다. 주로 국내와 해외 주요 시장에 공급되는 제품들이다. 창원2공장은 40여년 전과 규모가 같지만 생산량은 초기 연 50만대에서 현재 500만대로 10배나 늘었다. 그만큼 생산에 속도가 붙었다는 뜻이다.
LG전자는 11초 만에 가전 하나를 뚝딱 만들어내는 비결로 ‘자동화’와 ‘모듈화’를 꼽았다. 최근 2년간 LG전자는 자동화 설비에 집중 투자해 제조라인 자동화율을 60%대로 끌어올렸다. 제조라인 작업자들의 행동반경을 최소화하기 위해 작은 부품 운반용 로봇을 도입한 게 대표적이다. 정나라 LG전자 차장은 “작업자들이 부품을 집으려 허리를 굽히거나 몸을 돌릴 필요가 없도록 로봇이 부품을 손 앞까지 갖다 준다”고 말했다.
제품에 들어가는 부품들은 비슷한 것끼리 묶어 블록 장난감(레고)처럼 모듈화했다. LG전자 관계자는 “현재 3, 4개의 모듈만으로 세탁기, 건조기 등을 제조하고 있다”며 “모듈 하나가 여러 가전에 쓰이기 때문에 원가 절감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세탁기 문 열고 닫기만 1만번 ‘혹독한 검증’
A1동 뒤로는 ‘신뢰성 시험동’이 있다. 연구원들이 ‘10년을 써도 끄떡 없는 품질’을 목표로 생산된 제품의 내구성을 까다롭게 시험하는 곳이다.
세탁기의 경우 문을 1만번 쉴 새 없이 여닫아 견딜 수 있는지 확인한다. 문을 연 상태에서 위아래로 세게 밀어 문이 떨어지지 않는지도 점검한다. 최소 30가지 종류의 옷감을 넣고 돌려보기도 한다. 여기에는 소비자들이 절대 돌릴 것 같지 않은 두껍고 무거운 고무나 모래포대까지 포함된다. 세탁기 진동체가 어디까지 견딜 수 있는지 보기 위해서다. 다양한 온도 조건에서 내구성을 점검하는 건 기본이다. 열대기후처럼 매우 무덥고 습한 실험실뿐 아니라 영하의 실험실에서도 이상이 없어야 비로소 소비자들과 만날 수 있다.
이처럼 가혹하리만큼 엄격하게 품질을 따지는 데는 ‘LG 의류관리가전의 역사가 곧 한국 세탁문화의 역사’라는 사명감이 깔려있다. 1969년 국내 최초의 세탁기를 선보인 이래 각종 최초 기록을 쌓아온 LG전자는 이제 차별화된 기술력과 품질을 바탕으로 전 세계 의류관리 문화를 선도하겠다는 목표다. 의류관리 가전 생산을 담당하는 김철융 상무는 “의류관리 가전 시장에서 LG를 1등 브랜드로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창원=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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