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00평대 농지 매입… 이후 ‘대지’로 용도변경
주택 건축 제외하면 여전히 밭… 실제 농사 짓는 흔적도
“10년째 땅값 제자리” 부동산 투기로 보기도 힘들어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문재인 정부 1기 내각 구성도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낙연 국무총리에 대한 인준을 하루 앞둔 지난달 30일 현역 의원 4명을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는 이례적인 카드를 꺼내 들었다. 선거를 통해 1차적인 검증 절차를 거친 이들인 만큼 국회 청문회 통과도 비교적 수월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한 수(手)라는 해석이 나왔다.
한국일보가 국회의원 시절 공개된 이들의 재산 내역을 살펴보는 과정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남편인 백모씨가 2012년 10월 매입한 경기 연천군 장남면 땅이었다. 해당 토지의 지목이 ‘전’(田)이어서 실제 농사를 짓고 있지 않다면 농지법 위반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어느 순간 ‘대지’로 용도 변경이 이뤄져 별장으로 추정되는 단독주택이 들어서고, 그 이후 다시 ‘밭’으로 원상 회복이 이뤄지는 일련의 과정도 의구심이 일었다. 1일 현장을 직접 찾아 의문점들에 대해 직접 검증해 봤다.
농지법 위반?... “배나무 심어 키웠다”
백씨 소유의 임진강 인근 주택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해당 주택이 위치한 2,483㎡ 규모의 토지(경기 연천군 장남면 원당리 388-2) 용도가 원래는 농사를 지어야 하는 ‘밭’이었기 때문. 농지법에 따르면 밭을 사기 위해선 농사를 짓겠다는 계획서를 지방자치단체에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농사를 지을 계획과 능력도 없으면서 ‘투기’ 목적으로 땅을 사고자 허위 계획서를 내거나 아예 제출하지 않는 사례가 있다. 2008년 이명박 정부 초대 환경부 장관에 내정됐다가 이러한 사실이 드러나 낙마한 박은경 후보자가 대표적이다. 김 후보자도 이 같은 경우에 해당하는지부터 살펴봐야 했다.
연천군을 통해 확인한 결과, 백씨는 토지 매입 두 달 전인 2012년 8월 관련 계획서를 제출했고, 그에 따라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았다. ‘자가 노동력’으로 ‘농업 경영’을 하겠다는 게 그의 취득 목적이었다. 연천군청 관계자는 “이렇게 통과됐는데 실제로 농사를 짓지 않고 있으면 과태료를 물게 된다”며 “이 토지에서는 그런 기록도 없는 걸 보니 농사를 직접 지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류상이 아니라 실제로 농사를 지은 게 맞는지 확인이 필요했다. 현장을 직접 찾은 결과, 새끼 소나무 20여 그루가 자라고 있었고 나머지 땅은 갈아 엎은 상태였다. 인근 주민들은 “그 땅 주인이 몇 년 전부터 배나무를 꽤 키웠었다”고 공통적으로 증언했다. 농지법 위반이라고 볼 단서는 없었다.
잦은 토지 용도 변경 왜? 어떻게?
농지법 위반은 아니라 해도 의문은 남았다. 땅 용도 변경이 너무 잦았다. 김 후보자가 국회에 제출한 2015년 3월(2014년 말 기준) 재산 내역 자료를 보면 2012년 10월 25일 당시엔 용도가 ‘밭’이었던 토지가 2014년 ‘대지’로 변경됐다가 이듬해 873㎡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다시 ‘밭’으로 변경되면서 분할됐다. 용도가 밭이었던 땅이 대지가 되면, 농사를 지을 필요도 없고 ‘건물’을 짓는 등 개발을 할 수 있다. 애초부터 농사를 지을 계획은 없었고, 건물을 지어 수익을 얻으려 했던 건 아닌지 의심되는 대목이었다.
그러나 연천군청에서 토지 및 건축대장을 확인한 결과, 이는 김 후보자 측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가 실제와는 달라 발생한 ‘오해’였다. 건축대장을 보면 백씨는 2012년 11월 28일 단독주택 건축 허가를 받고 2013년 11월 3일 착공해 완공한 뒤 2015년 8월 27일에 사용승인을 받는다. 밭이었던 땅에 주택 건축 허가를 받고 사용승인까지 받으면 해당 주택이 차지하고 있는 땅은 자동적으로 ‘대지’가 된다.
388-2번지 토지 대장을 보면 사용승인 이후인 2015년 9월 1일 743㎡만 대지로 변경됐고, 여기에 바로 옆 땅인 388-13번지 중 일부인 130㎡가 합쳐지면서 873㎡가 대지로 남고, 나머지 땅은 그대로 ‘밭’으로 유지됐다. 즉, 2,483㎡의 토지 모두가 대지로 용도 변경이 된 적은 애당초 없고 단독주택을 지으면서 발생한 자연스러운 용도 변경이었던 것이다.
그러면 이처럼 쉽게 용도 변경은 가능한 것일까. 통상 토지용도 변경은 엄청난 개발수익으로 이어지곤 한다. 하지만 해당 토지는 2003년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계획관리지역으로 지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계획관리지역은 도시 편입 예상 지역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것으로 용도변경이 쉽게 이뤄진다고 현지 부동산 중개 전문가들은 전했다.
‘제2개성공단’ 개발 노린 투기?
그래도 남는 의문 한 가지. 바로 투기 의혹이었다. 연천군은 북한 접경지대로 ‘개발’ 이슈가 끊임없이 입에 오르내린 곳이다. 백씨의 땅이 위치한 연천군 장남면 일대와 관련, 2013년 연천군은 ‘제2개성공단’ 조성 계획을 마련하기도 했었고, 올해 5월에는 북한과 접경한 경기와 강원을 중심으로 ‘통일경제특구’를 마련하기 위한 법 제정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특히 통일경제특구법안을 발의한 의원 중에는 김 후보자도 속해 있었다. 김 후보자가 미리 ‘개발 정보’를 입수해 연천군 장남면 일대에 미리 땅을 사둔 게 아닌지 의심을 제기해 볼 만하다는 얘기다.
연천군은 ‘제2개성공단’ 조성 계획에 대해 “2013년에 계획을 마련했지만 그 뒤로 남북관계가 얼어붙어 사실상 좌초됐다”며 “현재는 개발 계획이 없다”고 설명했다. 백씨 소유 토지 인근 공인중개사들도 “투기 목적으로 산 것이 아닐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공인중개사 B씨는 “남북관계가 좋아지면 개발된다는 얘기는 끊임없이 나왔지만 실현 가능성은 굉장히 낮아 보인다”며 “이쪽으로 땅 보러 오는 사람 10명 중 8명은 별장이나 주말농장 자리를 찾는다”고 했다. 백씨 소유의 단독 주택도 단순한 별장 이상은 아닌 듯했다. 주택 뒤편에는 바비큐 도구와 함께 빈 술병들이 잔뜩 쌓여 있었다.
다른 공인중개사 C씨도 “이 곳은 여름에 비가 오면 북한에서 지뢰가 흘러 내려와 위험하고 주변에 군부대가 많은 탓에 탱크나 자주포까지 돌아다녀 외지인들이 ‘무섭다’고 하는 지역”이라며 “그래서 땅값도 10년째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백씨는 2012년 해당 토지를 1억 8,000만원(평당 23만 9,000여원)에 사들였는데, 그 이후부터 지금까지 계속 평당 25만~30만원 정도에 거래됐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었다. 결국 김 후보자 측이 해당 토지를 통해 기대할 수 있는 시세 차익도 현재로선 거의 없는 셈이다.
연천=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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