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부실보고 파문이 외교 문제로 비화할 조짐이다. 사드의 또 다른 두 핵심 당사국인 미국과 중국이 이번 사태에 불편한 속내를 드러내면서 자칫 사드 문제가 중국뿐 아니라 대미관계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사드 배치 과정의 모든 조치가 매우 투명했다”는 공식 논평을 냈다. 민주적ㆍ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됐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상황인식과 다른 입장이다. 문 대통령과 딕 더빈 미국 민주당 상원 원내총무와의 그제 청와대 면담에서도 이런 기류가 역력했다. 문 대통령이 “국회에서 충분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미국이 이해해줘야 한다”고 하자 더빈 의원은 “적법절차를 밟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사드 배치 지연 가능성에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 한미는 대선 전부터 사드 배치를 올해 안에 완료하겠다는 방침을 수 차례 공언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전인 2월에도 한민구 국방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서울에서 이런 입장을 재확인한 바 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절차적 문제의 하나로 지적한 환경영향평가가 최소 6개월 이상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한미의 ‘올해 내 배치’ 합의는 물 건너가는 셈이다.
이런 와중에 중국은 좋은 구실을 찾았다는 듯 우리 정부를 더욱 압박하고 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유관 상황에 엄중한 우려를 표한다”면서 사드배치 철회를 재차 강하게 주장했다. 관영 환구시보에는 “이번 파문으로 미국이 한국의 군사주권을 완전히 무시한다는 것을 느끼게 됐을 것”이라며 반미감정을 부추기는 듯한 보도까지 나왔다. 이번 사태가 미국 중국 모두에 한국의 사드 정책에 대한 불신을 키워 우리의 입지를 더 어렵게 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보고에 문제가 있다면 응당 바로잡아야 한다. 그러나 국내적 문제로 우리의 안보이익이 침해된다면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절차적 정당성을 고리로 한 ‘전략적 모호성’으로 사드 갈등을 관리해간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미ㆍ중 모두의 반발을 사는 방식으로 절차 문제를 부각시키는 것은 피해야 한다.
한미 정상회담을 목전에 두고 한미간에는 자유무역협정, 방위비 분담금, 북핵 등 현안이 수두룩하다. 사드 문제로 얼굴을 붉힐 여유가 없다. 이런 측면에서 일각에서 청문회나 국정조사까지 요구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 최우선 가치는 안보이익이어야 한다는 관점으로 접근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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