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들은 무엇인가를 알고 있는 모습이에요. 마음껏 빨간 사과는 특히 그렇지요. 빨강으로 물들지 않겠다는 푸른 사과도 뒤지지 않지요. 버스정류장 앞 과일 가게, 사과에게 다가가 어떤 것을 물어보고 싶은 저녁이 많아요. 비닐봉지에 담겨 집집으로 흩어지는 사과는 사과 이상일 수도 있지요.
사과는 악수를 하지 않아도 투명하지요. 이미 손과 발의 복잡한 시간을 지나 간결한 모습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지요. 사과 속은 사과도 모르지요. 사과는 자신의 속마음을 알고 싶어 하지 않지요. 계산을 버린 씨앗의 광장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지요. 속마음은 그 뜻 그대로 속에 담긴 것이지요. 사과의 속마음을 모른 채 우리는 사과를 들고 껍질을 깎았어요. 정중한 사과를 악력을 다해 반으로 쪼갰어요. 사과는 이 때, 털을 깎이는 어린 양처럼, 그런 자세였을까요.
사과 속에 나비가 있었다고요. 나비는 사과의 속마음이 키우는 시간이지요. 진짜 셈은 속마음이 무엇이냐는 것이지요. 약진은 사과 속에 있고 사과 속 나비는 가을로, 겨울로의 방향이지요. 덥고 춥고의 기미라도 보일라치면 이별을 고하는 손은 셈이 다른 곳에 있는 것이지요. 폭염의 대지에서 무럭무럭, 주렁주렁, 투명에 다가간 사과가 되지요.
이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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