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각적 성패보다 과학적 검증이 중요해
‘욕망의 절제’ 향한 인식 대전환을 요구
환경정책만은 ‘어쩌면’이 ‘기필코’ 돼야
어쩌면, 2017년 6월1일은 두고두고 기억될 날일 수 있다. 4대강 16개 대형 보(洑) 가운데 6개 보의 수문이 열렸다. 가동된 지 30년이 넘은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8기의 가동도 정지됐다. 6개 보 수문 개방은 이른바 ‘녹조 라떼’, 석탄화력발전소 8기의 가동 정지는 미세먼지를 줄여보려는 시도다. 문재인 정부의 환경정책 1호다.
이번 시험은 성공 가능성이 크다. 수질과 대기질 개선을 열망하는 국민적 요구가 배경이다. 봄 가뭄과 이른 더위를 이유로 한 사회 일각의 우려와 불안도 충분히 반영됐다. 수문을 연 6개 보는 녹조가 심한 반면 물 부족 악영향이 거의 없는 곳이다.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8기의 발전용량은 전체 발전용량의 3% 남짓해 23% 수준인 전력예비율에 비추어 전력공급 불안은 미미하다.
그러나 시험 성공이 곧바로 수질ㆍ대기질 개선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6월1일이 역사적인 날로 기억되려면 수질ㆍ대기질 개선의 뚜렷한 출발점이 될 수 있어야만 한다. 시험 자체의 성공 여부가 아니라 시험을 통해 어떤 과학적 검증 자료를 얻게 될지에 관심이 가는 이유다.
4대강 수질 개선 시험은 비교적 단순해 보인다. 이명박 정부가 “물그릇을 키우겠다”고 사업에 나섰을 때부터 유속 저하로 유기물 침전이 늘어나 조류(藻類) 번성을 부르리란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수문을 상시 개방해 보에 갇힌 물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것만으로도 유속이 빨라지고 유기침전물의 이동이 활발해질 게 뻔하다. 녹조 발생 빈도나 밀도를 적잖이 줄일 수 있을 개연성도 크다. 다만 녹조 발생이 유속뿐만 아니라 지류에서 흘러 드는 생활ㆍ농업ㆍ공업 폐수의 양과 질 양면의 관리(규제) 실태 등에 영향을 받을 수 있어, 그 수치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우선 과제다.
나아가 지구온난화의 영향인지, 해마다 심해지고 있는 물 부족 상황을 수질과 함께 저울에 달아보아야 한다. ‘녹조 라떼’는 걸러서 먹거나 농업용수 등으로 쓸 수 있지만, 그마저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이는 결국 ‘위험 선택’의 문제여서, 참고가 될 만한 과학적 검증 자료가 중요하다. 그런 확신이 서기 전에 6개 보의 수문개방 시험이 성공적이라고 해서, 서둘러 이를 16개 보 전체로 확대하거나 보를 허무는 데까지 나아가기 어렵다.
석탄 화력발전소 가동 정지 시험은 한결 복잡하다. 우선 이번에 폐쇄된 8기를 포함한 10기의 노후 화력발전소가 내뿜는 미세먼지는 연간 3만2,700톤으로 전체 미세먼지의 2%쯤이라고 한다. 물론 문제가 된 화력발전소 대부분이 수도권과 가까운 충남 서해안에 몰려있고, 미세먼지 문제의 특성상 2% 미만의 비중이라도 때로는 20%의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결코 상대적 발생량이 적다고 무시할 것은 아니다. 다만 수도권의 경우 화력발전소(11%) 배출량의 2~3배에 이르는 경유차(29%)나 건설기계(22%) 등의 규제보다 화력발전소 규제가 시급한 이유를 이번 시험에서 찾아내야 한다.
더욱이 노후 석탄 화력발전소의 전면적 폐쇄와 신규 증설 백지화, 노후 원전 연장운전 불허와 신규 원전 건설 중단 등이 예고된 마당이다. 전력공급 감소는 우선은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길게는 신재생에너지 개발로 메울 방침이다. 옳은 방향이다. 다만 에너지기술의 비약적 발전을 기대하기보다는 불가피한 전기료 인상을 산업계와 국민이 감수하는 게 빠르다. 최종적으로는 에너지 사용 자체를 크게 줄여나가야 한다. 욕망의 무한 충족으로 향했던 눈길을 욕망의 절제로 돌리고, 행복을 물질적 조건 밖에서 찾으려는 발상의 대전환만 있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환경정책은 국민건강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어쩌면’이 아니라 ‘기필코’가 돼야한다. 올 6월1일이 특별한 날이기 위해서도 ‘기필코’가 중요하다. 우연에 기대기보다 과학 적 필연에 기대야 한다. 과학의 주적(主敵)인 이데올로기만큼은 절대 개입하지 말아야 할 것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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