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제 우물에 침 뱉는 K리그 구단의 한심한 행태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제 우물에 침 뱉는 K리그 구단의 한심한 행태

입력
2017.06.01 17:31
0 0
프로축구 클래식 성남FC 선수들이 지난해 11월 20일 강원FC와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패해 2부 리그로 강등된 뒤 고개를 숙이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프로축구 클래식 성남FC 선수들이 지난해 11월 20일 강원FC와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패해 2부 리그로 강등된 뒤 고개를 숙이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프로축구 K리그 챌린지(2부) 성남FC가 한국프로축구연맹을 상대로 반년 전에 벌어진 승강 플레이오프(PO) 결과를 정정해 달라며 서울지방법원에 조정 신청을 했다.

성남은 작년 11월 강원FC와 승강 플레이오프(PO)에서 패해 클래식(1부리그)에서 챌린지로 강등됐다. 당시 시리아 여권을 위조해 강원에 입단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던 외국인 선수 세르징요는 승강 PO 경기를 다 뛰었다.

강원은 지난해 10월 세르징요가 경찰 조사를 받자 잔여 경기에 출전시키지 않겠다고 발표했다가 시즌 막바지 승격 싸움이 치열해지자 ‘무죄 추정의 원칙’을 들어 슬그머니 경기에 출전시켰다. 이런 강원의 행태는 비판 받아 마땅하다. 세르징요는 결국 위조사문서행사 등의 혐의로 지난 4월 법원으로부터 징역 6개월과 집행유예 1년을 선고 받고 추방됐다.

연맹 규정은 ‘무자격선수 출장이 발각돼 48시간 이내에 상대 클럽으로부터 이의 제기가 된 경우 무자격 선수가 출장한 클럽이 0-3 패배한 것으로 간주 한다’고 돼있다.

성남은 승강 PO 2차전 후 48시간 내에 ‘무자격 선수 출전 규정 문의’라는 공문을 연맹에 보냈고 이것이 이의 제기에 해당하니 강원을 몰수패 처리하라고 주장한다. 반면 연맹은 당시는 세르징요가 조사를 받고 있었을 뿐 여권 위조가 입증된 상황이 아니었으니 이의 제기가 성립할 수 없다고 반박한다. 연맹 규정은 무자격 선수에 대해서도 ‘그 시점에서 출전 자격이 없는 선수’라고 적시하고 있다.

‘이의제기가 맞느냐 안 맞느냐’ ‘무자격 선수냐 아니냐’를 따지기에 앞서 ‘아니면 말고’ 식의 억지 춘향이 K리그에 또 다시 반복되는 것 같아 아쉽다.

지난 3월 기영옥 광주FC 단장은 경기 후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을 자청해 “오심에 정식 항소 하겠다”고 노발대발했다. 축구에는 오심 항소가 절차가 없다. 축구인인 기 단장이 모를 리 없다. 두 달 뒤 이번에는 김석현 인천 유나이티드 단장이 또 취재진 앞에 서서 “오심이 K리그를 죽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두 단장은 오심이 의도적이라는 근거는 제시하지 못하고 슬쩍 물러섰다. 남은 건 ‘K리그는 오심공화국’이란 부정적 이미지뿐이다.

이번 사건도 마찬가지다. 전후 맥락상 성남 주장에 타당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건 어렵지 않게 판단할 수 있다. 성남은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며 불가피하게 소송을 제기했다”고 했는데 납득하기 힘들다. 연맹은 강원 사건 이후 재발방지를 위해 ‘아시아쿼터 등록 선수는 해당 아시아축구연맹(AFC) 가맹국 국가대표로 공식대회에 출전한 경력이 있거나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에 의해 해당 국가대표 출전자격을 취득한 지 1년이 경과해야 한다’는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성남이 지난 달 23일 조정 신청을 한 뒤 1주일이나 지나 굳이 보도자료를 낸 저의도 의심스럽다. ‘못 먹는 감 찔러나 보자’는 심산으로 읽힌다면 지나친 억측일까.

K리그는 프로축구 구성원들의 ‘우물’이다. 도대체 누구를 위하여 제 우물에 침을 뱉는 건가.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