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회 여야 지도부 방문
한국당은 총리 예방 거부하고
“국회 주도 협의체 구성” 제안
“일자리추경안 세금 부담 가중”
국민의당ㆍ바른정당도 반대 기류
자유한국당이 새 정부에 ‘협치 보이콧’을 선언했다. 이낙연 국무총리 임명동의안 처리가 빌미다. 여기다 이 총리의 인준에 협조했던 국민의당까지 정부의 추가경정예산 편성 추진에 제동을 걸면서 정국이 냉각되는 분위기다.
전날 문재인 대통령에게서 임명장을 받은 이 총리는 1일 국회를 찾아 여야 지도부를 예방했지만 한국당의 문턱은 넘지 못했다.
이 총리는 인준안 가결에 캐스팅보트를 행사한 국민의당 지도부를 먼저 찾아 인사했다.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기대가 크다”며 “워낙 소탈하고 권위주의가 없는 분이니 둥글게 국정을 운영할 것”이라고 이 총리를 추어 올렸다. 이 총리도 “박 위원장의 통 큰 결단이 있었기에 문재인 정부가 늦지 않게 출범하게 됐다”고 화답했다.
이 총리는 보수 야당인 바른정당을 찾아서도 몸을 낮췄다. 이 총리는 ‘90도 인사’를 하며 “국회에서 한결같이 요구하시는 책임총리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주호영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예전 총리처럼 대통령의 심기를 살펴가며 일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이 총리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도 우애를 과시했다. 이 총리를 맞은 추미애 대표는 “후보자 내정부터 인사청문회까지 20여일간 마음고생이 많았다”며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고 인사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도 “이 총리는 존경하는 선배님”이라며 “여당 원내대표로서 ‘찰떡궁합’을 만들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당은 이 총리의 예방을 거부했다. 대신 정우택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이날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청와대와 정부를 향해 ‘허니문’의 종식을 선언했다. 정 원내대표는 “대통령과 정부가 주도하는 여야정 국정 협의체 구성에 참여할 의사가 없다”며 “대신 국회가 주도하는 협의체를 새롭게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여야정 국정 협의체는 문 대통령이 취임 이후 여야 지도부를 처음으로 만난 자리인 19일 오찬 회동에서 제안한 정례 협치 기구다.
정 원내대표는 정세균 국회의장을 향해서도 “여야 합의 없이 인준안을 상정, 처리해 입법부 수장으로서 본분을 지키지 못했다”며 “매주 월요일 열리는 의장과 4당 원내대표 회의에도 참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당의 몽니로 당장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일자리 늘리기를 위한 추경예산 편성에 제동이 걸렸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제1야당으로서 정부 여당의 들러리나 2중대 역할은 결코 할 수 없다”며 “경제활성화가 아닌 ‘일자리 추경’은 발상 자체가 옳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여기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도 추경 편성에는 제동을 걸고 있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세금으로 만든 일자리는 결국 국민 부담으로 돌아간다”,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도 “큰 후유증을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민의당 내부에선 이 총리 인준안 처리에 협조한 걸 계기로 받은 ‘민주당 2중대’란 비판을 의식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원내 핵심 당직자는 “추경 반대를 시작으로 강한 야당으로 기조가 변환됐다고 보면 된다”며 “향후 공직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도 비판할 건 확실하게 비판해 존재감을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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