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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후 실종된 고양이 두 달 만에 찾아낸 견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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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후 실종된 고양이 두 달 만에 찾아낸 견공

입력
2017.06.01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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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 클로이와 반려묘 링거는 매우 절친한 사이다. 집에서 불이 난 뒤 두 달 동안 실종됐던 링거를 클로이가 찾아냈다. 크리스틴마르 페이스북 캡처
반려견 클로이와 반려묘 링거는 매우 절친한 사이다. 집에서 불이 난 뒤 두 달 동안 실종됐던 링거를 클로이가 찾아냈다. 크리스틴마르 페이스북 캡처

화재사고 후 두 달 동안 실종됐던 고양이를 한집에 살던 개가 발견했습니다. 심각한 영양실조로 몸집이 반으로 줄어 생존 자체가 기적이었다고 하는데요. 최근 동물전문매체 도도는 죽은 줄로만 알았던 반려묘 ‘링거’를 불이 났던 집 마룻바닥 아래서 찾아낸 반려견 ‘클로이’의 활약을 전했습니다.

지난 3월 미국 미시간 주에서 가족과 함께 거주하는 크리스틴 마르 씨는 직장에서 일하던 중 소방대원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집에 불이 났고 진화작업까지 마쳤다는 충격적인 소식이었는데요. 다급한 순간 크리스틴 씨는 반려견 클로이와 반려묘 스모크, 링거를 제일 먼저 떠올렸습니다.

소방대원은 수화기 너머로 "욕실에 쓰러져 있던 개를 발견해 산소마스크를 씌워 동물병원으로 이송했다"며 "안타깝게도 고양이 한 마리는 숨진 채로 발견됐다"고 말했습니다. 숨진 고양이는 스모크였습니다. 크리스틴 씨가 또 다른 반려묘 링거에 관해 물었지만 "다른 고양이는 발견하지 못했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링거 역시 불길 속에서 숨을 거뒀을 것이라 짐작하며 크리스틴 씨는 절망에 빠졌습니다.

크리스틴 씨는 직장에서 근무하던 중 "집에 불이 났다"는 소방대원의 전화를 받았다. 반려견 클로이는 무사히 구조됐지만 반려묘 스모크는 죽었고 링거는 행방을 알 수 없었다. 크리스틴 마르 페이스북 캡처
크리스틴 씨는 직장에서 근무하던 중 "집에 불이 났다"는 소방대원의 전화를 받았다. 반려견 클로이는 무사히 구조됐지만 반려묘 스모크는 죽었고 링거는 행방을 알 수 없었다. 크리스틴 마르 페이스북 캡처

화재사고로 이별하기 전 링거와 클로이는 종을 초월한 최고의 친구였으며, 서로 아끼며 붙어 다녔습니다.

크리스틴 씨는 소중한 반려묘 두 마리를 잃고서 깊은 슬픔에 잠겼지만, 가까스로 살아남은 클로이가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습니다.

한편 남편 존 마르 씨는 불이 났던 자택 부지를 매일같이 방문했습니다. 불에 탄 집을 보수하고, 혹시라도 구조를 기다리며 살아있을 링거를 찾기 위해서였습니다. 크리스틴 씨는 "링거가 죽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어 화재 현장 곳곳을 뒤졌다"면서도 "몇 주가 지나도 링거를 못 찾아 포기하기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링거를 찾지 못한 채 두 달이 지난 어느 날. 그날은 우연하게도 5월의 둘째 주 일요일 '어머니 날'이었습니다. 크리스틴 씨 부부는 수리가 완료된 자택으로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다시 건강해진 클로이와 함께 말이죠.

자택에 도착한 클로이는 곧바로 킁킁대며 마룻바닥 냄새를 맡기 시작했습니다. 꽤 오랫동안 이곳 저곳에 코를 박고 냄새를 맡던 클로이는 부엌으로 향해 마루와 벽 사이의 커다란 틈새에 머리를 쑤셔 넣었습니다. 놀란 부부가 몇 번이고 클로이를 잡아당겼는데도 나오지 않았죠.

이상한 낌새를 느낀 부부는 틈새 밑을 자세히 들여다보기로 했습니다. 그러자 그 아래서 희미하게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클로이 씨는 "평소 헛간에서 길고양이들을 돌보곤 했다"며 "집을 수리하는 동안 고양이들 중 한 마리가 마루 밑으로 들어갔다고 생각하고 구조하려 했다"고 말했습니다.

클로이가 코를 박고 킁킁대던 마룻바닥 아래엔 링거가 있었다. 심각한 영양실조를 겪은 링거는 동물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뒤 지금은 회복하고 있다. 크리스틴마르 페이스북 캡처
클로이가 코를 박고 킁킁대던 마룻바닥 아래엔 링거가 있었다. 심각한 영양실조를 겪은 링거는 동물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뒤 지금은 회복하고 있다. 크리스틴마르 페이스북 캡처

크리스틴 씨는 수월한 작업을 위해 클로이를 차에 태워두러 나갔고, 그동안 남편이 고양이를 꺼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크리스틴 씨가 다시 부엌으로 돌아왔을 때, 왜소한 고양이 한 마리가 남편 품에 안겨 한껏 몸을 비비고 있었습니다. 바로 두 달 만에 극적으로 상봉한 링거였습니다.

"처음엔 미처 링거를 알아보지 못했어요. 제대로 먹지 못해 몸집이 작아지고 먼지를 뒤집어쓴 상태였거든요. 꼬리 쪽에 난 특유의 작은 고리 무늬를 보고 가까스로 링거를 알아봤습니다. 링거는 불이 난 뒤 마루 밑으로 숨어들어가 버텨왔던 거예요."

두 달간 제대로 먹지 못한 링거의 몸집은 절반으로 줄어들어 영양실조가 걱정됐습니다. 부부는 링거를 곧바로 차에 태워 동물병원으로 이동했습니다. 자동차 뒷좌석에서 기다리고 있던 클로이는 링거를 보자 흥분한 나머지 위아래로 뛰며 반겼습니다.

링거를 진찰한 수의사는 "링거는 기적의 고양이"라며 "이제껏 마루 아래 작은 벌레 등을 잡아먹으며 살아남은 모양"이라고 말했습니다. 현재 퇴원한 링거는 아직 먹고 마시는 데 다소 어려움이 있지만 나날이 회복하고 있습니다. 그 동안 클로이는 잠시도 링거 곁을 떠나려 하지 않고 있는데요. 링거와 다시금 함께 하는 순간이 행복한 모양입니다.

부부는 "링거가 살아 돌아왔다는 기적이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고 합니다. 클로이 씨는 "링거를 다시 만난 것은 최고의 어머니 날 선물"이라며 "불길 속에서 살아남아 다시 돌아와 준 링거에게 감사하다"고 말했습니다.

한희숙 번역가 pullkkot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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