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자신의 친구가 이사장인 사학재단 가케(加計)학원의 수의학부 신설과정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이른바 ‘사학 스캔들’ 관련 의혹이 점입가경이다. 하루가 멀게 새로운 이 스캔들을 입증하는 증거들이 쏟아지는 상황이다. 그러나 아베 총리와 일본 정부측은 여전히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며 야당측의 관련인물 국회 소환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앞서 정부부처와 총리 보좌관이 수의학부 신설에 영향을 미쳤음을 드러내는 문서와 증언이 공개되고, 아베 총리 자신이 해당 사학재단의 임원을 맡았다는 사실이 드러난 데 이어 1일엔 총리의 브레인인 내각관방 참여(고문)가 로비를 펼쳤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아사히(朝日)신문은 이날 기소 이사오(木曾功) 전 내각관방 참여가 지난해 8월 마에카와 기헤이(前川喜平) 당시 문부과학성의 사무차관을 찾아가 ‘가케학원의 수의학부 신설건을 잘 부탁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내각관방 참여는 총리에게 직접 정보를 제공하고 조언을 하는 역할을 해 ‘총리 브레인’으로 불린다. 비상근이지만 총리가 직접 임명하는 공무원 신분으로, 현재 12명이 임명돼 있다.
기소 전 참여는 문부과학성 출신으로 일본의 유네스코 대표부 대사를 맡은 바 있다. 2014년 4월~2016년 9월 내각관방 참여를 맡으며 아베 총리에게 유네스코의 문화정책 등을 조언했다. 그는 내각관방 참여를 맡던 2016년 4월 가케학원 사하 지바(千葉)과학대의 학장으로 취임하기도 했다. 그가 마에카와 전 사무차관을 만날 때는 내각관방 참여와 지바과학대 학장을 함께 역임하던 때다.
문제의 가케학원 이사장은 아베 총리와 식사, 골프 등을 함께 하는 사이로 알려져 있으며, 일본 정부는 수의사의 과도한 증가를 우려해 52년간 수의학과 신설을 허용하지 않았지만 이례적으로 이 대학에는 허용했다. 기소 전 내각관방 참여의 로비정황은 앞서 가케학원의 수의학과 신설에 대해 내각부가 문부성에 압박을 가했다는 사실이 담긴 문서가 사실이라고 폭로한 마에카와 전 문부과학성 사무차관의 입에서 직접 나왔다. 기소 전 참여는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부탁을 하거나 압력을 가한 사실은 없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수의학과 관련 정책변화가 이전 민주당 정권때부터 이어져왔다며 특혜 의혹을 전면 부정하고 있다. 그러나 아베 총리의 핵심측근인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관방 부장관 마저 가케학원이 운영하는 대학의 교수를 맡으며 보수를 받은 사실이 새로 밝혀져 의혹을 더욱 부추기는 상황이다. 그는 지난달 31일 중의원 농수위원회에서 야당 의원의 추궁에 대해 “선거에서 떨어져 민간인 신분이었던 시기에 가케학원에서 객원교수를 맡아 월 10만엔(약 101만원)의 보수를 받았다”고 밝혔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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