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씨 변호를 맡고 있는 이경재 변호사는 한때 '악마의 변호사'라는 비난을 받았다. 대통령을 팔아 국정을 농단하고 딸 정유라를 위한다며 온갖 갑질을 일삼은 최씨를 변호한다는 게 어불성설이라는 뜻이겠다. 그 최씨에게 어제 '이대 학사비리 사건'만으로 징역 7년이 구형됐다. 해외도피 245일 만에 국내로 송환된 딸이 "난 전공이 뭔지도 모르고 대학 가고 싶어한 적도 없다"고 말한 날이다. 묘하게도 이날 취임한 김혜숙 이대 신임총장은 "격동의 경험을 전화위복 기회로 삼겠다"며 '이화정신'의 재건을 강조했다.
▦ 악마의 변호사는 원래 로마 가톨릭에서 누군가를 성인으로 추대하려고 할 때 이에 찬성하는 '하느님의 변호사(God's advocate)'와 반대하는 '악마의 변호사(Devil's advocate)'로 나뉘어 자격을 검증한 데서 유래된 말이다. 성인 반열에 거론되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훌륭한 덕성을 지녔겠지만, 악마의 관점에서 흠을 들춰내는 과정을 거침으로써 나중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를 원천 차단하는 제도다. 2016년 교황청이 마더 테레사를 시성할 때 '자비를 팔다'라는 책을 쓴 영국 언론인 크리스토퍼 히친스에게 이 역할을 맡겨 화제가 됐다.
▦ 문재인 정부 첫 내각부터 부실 인사검증 논란이 커지자 청와대가 '레드팀' 구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원래 이 조직은 군대 훈련과정에서 아군인 블루팀의 약점을 파악하기 위해 편성된 가상의 적군을 일컫는다. 청와대가 '우린 다르다'는 우월의식과 집단사고 함정에 빠져 위장전입 등을 가볍게 생각한 결과 첫 인사의 모양이 크게 비틀어졌으니 악마의 변호사처럼 내부 견제 조직을 갖춰 더욱 엄정한 잣대를 들이대겠다는 것이다. 외부의 시각과 비판을 전달하는 레드팀의 필요성은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에서도 제기됐다.
▦ 문 대통령이 얼마 전 첫 수석비서관-보좌관 회의에서 강조한 새 회의 패러다임도 주목받고 있다. "대통령 지시에 대해 이견을 제시하는 것은 의무" "지금부터는 대통령 혼자가 아니라 팀플레이"라는 전제하에 정해진 결론 없고, 지위고하 구별 없으며, 또 받아쓰기도 없는 '3무(無) 회의'로 실질적 토론과 합의를 이끌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드 발사대 4기 추가반입 보고누락 등 일련의 사안을 다루는 청와대 방식을 보면 이런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그다지 미덥잖다. 이유식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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