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대회에 나설 국가대표 선수들/사진=대한배구협회
[한국스포츠경제 정재호] 슬로베니아는 세계 배구계에 떠오르는 신흥 강호로 평가된다. 지난 2016 국제배구연맹(FIVB) 월드리그 3그룹에서 우승하며 올해 2그룹으로 승격돼 3일부터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벌어지는 2017 서울 월드리그 국제 남자 배구 대회를 통해 첫 2그룹 경기를 갖게 된다.
슬로베니아하면 미차 가스파리니(33ㆍ대한항공ㆍ슬로베니아)가 떠오르기도 한다. 대한항공의 핵심 외국인 선수로 V리그에서 3번째 시즌을 준비 중인 그가 슬로베니아 국가대표팀에 발탁돼 한국과 결전 태세에 돌입했다.
다방면에서 주목 받는 슬로베니아지만 정작 그들은 '김호철(62) 앓이'에 빠져있는 모습이다. 대회에 앞서 1일 열린 공식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코박 슬로보단 슬로베니아 감독은 대뜸 "한국에서 경기가 기쁘다"며 "기본적으로 김호철 감독은 세계 배구계의 아이돌 같은 분이시다. 코트에서 국가대표 감독으로 만나 대결하게 돼 개인적인 감회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슬로보단 감독은 이어 "김 감독이 이탈리아에서 뛸 때 세계 최고의 센터 중 하나였고 이탈리아에서 선수생활을 하기 전부터 세계적인 세터로 이름을 알렸다. 경기하는 모습을 비디오로 찍어 몇 번이나 돌려보며 스킬을 배웠던 기억이 난다. 다행히 김 감독이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면서 내가 데뷔했기 때문에 서로 코트에서 마주치지는 않았다. 이렇게 감독으로 만나니까 두 배는 더 놀랍다"고 설명했다.
한 시절을 호령한 배구계 아이돌 김호철 감독의 재등장은 세계적인 화젯거리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지난 4월 득보다 실이 많은 현재의 대표팀 사령탑 자리를 거절하지 않고 돌아온 이유에 대해 김 감독은 "지난 2년간 가족들과 잘 보냈다"며 "누군가는 나서야 하지 않겠나. 젊은 감독들은 대한배구협회와 한국배구연맹에 제 목소리를 못 낼 수 있지만 나는 아니다. 양쪽에 다 이야기를 해 협조를 이끌어낼 수 있다. 앞으로 대표팀에 대한 제도 개선 등이 나오지 않으면 아시아에서도 경쟁력을 잃을 위기 상황"이라고 사명감을 보였다.
감독으로서는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다. 원하는 대로 선수구성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좋은 선수들이 다 참가하지 못했다"며 "안방에서 하는 경기인 만큼 나머지 선수들을 데리고 최선을 다해서 조직력으로 한번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그는 "새로운 선수들이 많이 들어왔기 때문에 열정적으로 하고자 하는 의욕은 오히려 좋다. 팀을 조직적으로 운영해서 동양 특유의 배구를 해볼까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목표는 2그룹 잔류다. 1승 제물로는 첫 경기를 벌이는 체코(상대 전적 3승 12패)를 조심스럽게 꼽았다. 김 감독은 "(첫 대결하는) 슬로베니아는 세계 대회에서 우승까지 했던 강팀이고 핀란드(3승 9패)는 높이나 스피드ㆍ파워에서 사실 우리가 따라가기 힘들다"면서도 "체코는 유럽 특유의 힘이 돋보이지만 어딘가 엉성한 면이 있어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어야 되지 않을까 싶다"고 분석했다.
이번 서울 대회는 한국을 비롯한 체코ㆍ슬로베니아ㆍ핀란드가 참가해 2일부터 사흘간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치러진다. 한국은 2일 체코를 시작으로 3일 슬로베니아, 4일 핀란드와 차례로 상대한다. 김호철호는 미래의 초석을 다지는 차원에서 세터를 세 명(이민규ㆍ노재욱ㆍ황택의)이나 뽑았고 지난 달 3일부터 충북 진천선수촌에 18명의 대표팀 예비 엔트리를 소집해 준비해왔다. 지난해 극적으로 2그룹에서 살아남은 한국은 서울 대회를 신호탄으로 일본ㆍ네덜란드에서 3경기씩 총 9경기의 월드리그 예선전을 치른다.
정재호 기자 kemp@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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