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형의 빅히스토리 Fe 연대기
김서형 지음
동아시아 발행ㆍ316쪽ㆍ1만5,000원
과학적 설명이라는 게 ‘어쩌다 얻어걸렸다’라는 것이라면, 어쩌면 부실해 보인다. 그런데 그게 사실이라면 참으로 신비한 일이다. 지구의 모든 것을 철로 설명해내는 ‘Fe 연대기’ 또한 그렇다. 역사교과서에서 배우는 철기시대,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 현대사회의 중화학 공업에서만 철이 중요한 게 아니다. 훨씬 이전부터 철은 중요했다. 가령 태양은 엄청난 양의 전자파와 방사선을 포함한 시속 1,600만㎞ 속도의 태양풍을 내보낸다. 지구의 핵에는 철분이 많은데, 지구의 자전으로 핵의 철분이 회전하면서 자기장이 생긴다. 이 자기장이 태양풍을 방어해내기 때문에 지구상엔 대기와 물이 존재할 수 있다. 반대로 화성의 핵엔 철 성분이 적어서 자기장이 생기지 않았고, 그 때문에 태양풍의 영향에 직접 노출돼 대기와 물이 없다. 원시생명체의 탄생도 그렇다. 태양은 태양풍 말고도 자외선을 쏘아대는데, 원시생물체들이 자외선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끌어다 쓴 물질이 철이다. 우리가 지금 이 땅에 사는 건, 다 지구가 ‘철든’ 덕택이다.
조태성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