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치씨 고대에 10억대 장학금
팔순을 바라보는 자수성가 사업가가 아무런 연고도 없는 고려대에 평생 모은 재산을 기부하기로 했다. ‘세상에 알려지길 원치 않는다’며 기부식 등 행사도 완곡히 거절했다.
1일 고려대에 따르면 충남 청양 출신 이문치(78)씨는 올해 3월 “공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을 위해 써달라”며 고려대에 현금 1억원을 보내왔다. 이어 다음 달에는 “경기도 소재 아파트 두 채와 예금계좌 등 전 재산을 고려대에 부동산 증여 또는 유언공증 형식으로 기부하고 싶다”고 알려왔다. 어린 시절 상경해 어렵게 평생 모은 그의 재산은 십수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중학교 졸업조차 하지 못했다는 이씨는 고려대에 기부 의사를 밝히며 “학생들이 학비와 생활비 걱정 없이 공부하고, 꿈을 펼쳐나갔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다. 또한 “소원이 있다면 살아 생전에 장학생들이 사회인이 돼 자신의 포부를 당당히 펼쳐나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라는 바람을 드러냈다.
이씨는 아무런 관련 없는 고려대에 기부한 동기에 대해 “나라가 더 부강해지고 사회가 더 풍요로워지려면 뛰어난 인재들이 많이 배출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예전부터 고려대는 사회를 이끌어가는 인재들을 많이 양성했으니, 앞으로도 인재들을 잘 키워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기부 한 달 만에 전 재산을 기부하겠다 결심한 것은 “평소 의미 있는 곳에 재산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첫 기부를 통해 큰 보람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고려대는 기부식을 열어 감사의 뜻을 전하려 했지만 이씨는 “이름 석자 외에는 아무것도 드러내고 싶지 않다”며 정중히 사양했다. 기부자의 뜻을 존중해 고려대는 ‘이문치 장학기금’을 조성해, 공과대학 장학생들을 위해 사용할 계획이다.
최초 장학생으로 선발된 고려대 최정현(건축학과 10학번)씨는 “직접 감사 인사를 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지만, 기부자 뜻대로 성실하고 묵묵하게 꿈을 이뤄나가겠다”고 했다. 염재호 고려대 총장은 “이름 석자만 남기신 기부자 겸양에 존경을 표한다”며 “믿고 기부해주신 고귀한 뜻을 받들어 미래를 개척해 나갈 훌륭한 인재들을 양성하겠다”고 전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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