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도널드 트럼프 대선 캠프 간 내통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지휘하다 해임된 제임스 코미 미 연방수사국(FBI) 전 국장이 다음주 의회 청문회에서 공개 증언을 할 것으로 보인다. 코미 전 국장은 청문회에서 올해 2월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수사 중단 요청을 받았다는 언론 보도를 직접 확인할 것으로 알려져 ‘러시아 스캔들’의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미 CNN방송은 31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코미 전 국장이 이르면 다음주 초 상원 정보위에 출석해 트럼프 대통령이 최측근 참모와 러시아의 연계에 관한 수사를 끝내라고 자신에게 압력을 가했다는 ‘폭탄 혐의’를 증언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코미 전 국장이 러시아와 트럼프 캠프의 공모 혐의 수사에 관한 세부 내용은 전혀 언급하지 않을 것이지만 트럼프 대통령과의 양자 접촉들에 대해서는 기꺼이 밝힐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는 정확한 출석 날짜는 확정되지 않았으나 “중요한 것은 그가 증언한다는 점이며, 그는 기꺼이 증언하고 협력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코미 전 국장은 ‘러시아 스캔들“ 수사를 위한 특검에 임명된 로버트 뮬러 전 FBI 국장과도 증언 범위 등을 상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CNN은 “코미의 공개 증언이 실제 일어난다면 몇 달간 이어진 논란에서 극적인 장(章)이 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마녀사냥이라고 거듭 비난해온 수사가 훨씬 철저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미 전 국장이 지난달 9일 돌연 해임되고 주요 미 언론으로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수사 개입 의혹이 제기되자 정치권은 줄곧 코미 전 국장의 직접 증언을 요구해 왔다. 공화당 리처드 버(노스캐롤라이나) 상원 정보위원장은 앞서 일련의 사태에 대해 코미 전 국장의 상원 출석을 통한 사실 확인을 요청했다. 특히 현직 대통령의 수사 개입은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가능성을 불러올 만큼 민감 사안이어서, 핵심인물인 코미 전 국장의 육성 증언이 이 사태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한편 민주당 대선주자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과정에서 미국인들의 도움이 있었을 것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측을 겨냥한 발언을 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지난달 31일 IT전문매체인 리코드가 캘리포니아에서 주최한 콘퍼런스에서 “내 생각으론 미국인들의 인도가 있었기에 러시아가 (해킹으로 얻은) 정보를 최적화한 무기로 활용하는 법을 알 수 있었을 것“이라며 “그 정보들이 실제로 대선에 어떻게 영향을 끼쳤고 그들(러시아)이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을 어떻게 알았는지를 묻는 건 정당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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