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채권자들의 극적인 고통분담 합의로 법정관리 문턱에서 가까스로 살아 난 대우조선해양이 요즘 남몰래 속앓이를 하고 있다. 앞으로도 갈 길이 구 만리인데, 대우조선 회사채를 쥔 개인투자자 한 명의 ‘소송 작전’으로 인해 당장 절실한 신규자금 지원이 계속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합법적인 소송 절차를 가로막을 수도 없어, 대우조선은 이 투자자에게 “제발 소송을 취하해달라”며 읍소만 거듭하는 실정이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우조선 회사채 투자자 A씨는 지난 4월27일 ‘법원의 대우조선 채무조정안 인가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항고(법원의 결정ㆍ명령에 대해 상급법원에 재판단을 묻는 것)를 신청했다. 부산고등법원이 이를 기각하자 최근엔 대법원에 재항고장을 제출한 상태다.
결국 이 과정에서 대우조선 채무조정안이 한달 넘게 법원의 최종인가를 받지 못하면서 대우조선에 대한 신규자금 지원과 출자전환 등의 핵심 정상화 방안은 계속 미뤄지고 있다. 대우조선은 선박 인도대금과 자회사 매각 계약금으로 5월은 겨우 넘겼지만 6월부터는 매달 협력업체 지급대금 1,000억원을 포함해 8,000억원의 운영비가 ‘구멍’날 처지다. 대주주인 산업은행도 이런 특수 사정을 고려해 일단 6월엔 필요 자금을 빌려주기로 했지만 마냥 예외적인 지원을 계속하기도 어려운 게 사실이다.
대우조선으로선 출자전환이 미뤄지는 게 더 난감하다. 계획대로 2조9,000억원의 빚을 주식으로 전환해 현재 2,700%에 달하는 부채비율을 300%대로 떨어뜨려야 하반기에 주식 거래를 재개할 수 있다. 주식거래가 계속 막히면 대우조선은 외부평판 저하로 추가 수주에 또 차질이 불가피하다.
대우조선은 요즘 A씨를 상대로 “대승적으로 결정해달라”며 연일 설득전에 몰두하고 있다. 대법원의 판결이 늦어질수록 지금 같은 벼랑 끝 상황이 지속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측은 여전히 쉽게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대우조선 회사채에 16억원을 투자한 A씨는 지인들에게도 14억원대 투자를 권유했는데, 소송 취하의 조건으로 대우조선이 30억원을 돌려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상황이 다급하지만 A씨에게만 투자금을 돌려주면 전체 구조조정 원칙이 깨진다”며 “현재로선 읍소 말곤 할 수 있는 게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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