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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한테서 떨어져" 진한 모성으로 변신한 리플리

입력
2017.06.0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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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영화 '에이리언: 커버넌트'.
그림 1영화 '에이리언: 커버넌트'.

최근 영화 '에이리언: 커버넌트' 개봉으로 새삼 재조명된 '에이리언' 시리즈는 높은 완성도로 오랜 세월 많은 사랑을 받아 왔다. 이 시리즈 주인공 엘런 리플리는 아마도 영화 역사상 가장 유명한 여전사 캐릭터일 것이다. 모두 4편이 나왔던 오리지널 시리즈는 기본 설정이 같고 모두 시고니 위버를 주인공으로 캐스팅했음에도, 서로 다른 감독이 서로 다른 개성으로 각 편을 완성해 이채롭다. 1편의 리들리 스콧, 2편의 제임스 캐머런, 3편의 데이비드 핀처, 4편의 장 피에르 주네가 당시로선 경력이 일천한 신인 감독급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놀랍기도 하다.

이 네 작품 중 특히 뛰어난 건 역시 1편과 2편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이 두 영화가 인물이 같고 서로 연결되는 내용을 갖고 있음에도 서로 극명하게 대조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스콧 작품이 SF에 공포영화를 접목시켰다면, 캐머런 작품은 SF에 액션(전쟁)영화를 끌어들였다. 그렇기에 분위기와 긴장감의 측면에서는 스콧의 작품이, 볼거리와 통쾌함의 측면에서는 캐머런의 작품이 각각 강점을 지닌다. 더 한층 흥미로운 것은 이 두 작품이 장르적 특징이나 전반적 정조 뿐 아니라 이야기의 내포된 의미에서도 명확한 대조를 보인다는 점이다.

그림 2'에이러언'는 우주선의 수면 캡슐 등 자궁과 출산을 의미하는 여러 상징들을 영화 곳곳에 배치하고 있다.
그림 2'에이러언'는 우주선의 수면 캡슐 등 자궁과 출산을 의미하는 여러 상징들을 영화 곳곳에 배치하고 있다.
그림 3리들리 스콧 감독의 '에이리언'은 출산과 모성을 부정적으로 그린다.
그림 3리들리 스콧 감독의 '에이리언'은 출산과 모성을 부정적으로 그린다.

‘에이리언’(1979)

시리즈 1편인 스콧의 '에이리언'에서는 금속의 차가운 재질로 대표되는 우주선 내 컴퓨터 및 기계인간과 무시무시하면서 징그러운 유기체인 에이리언이 시각적으로 선명히 대비된다. 그런데 이 중에서 인간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는 것은 에이리언 뿐만이 아니다. 이 영화 첫 장면은 컴퓨터로 작동되는 캡슐침대에서 깨어나는 승무원을 보여 주는데, 이는 후반부 알에서 부화되는 에이리언 이미지와 흡사하다. 게다가 이 둘은 극 중에서 모두 모성(母性)과 관련되어 있다. 알을 낳아 탄생시키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표현된 에이리언 뿐 아니라, 승무원들이 '마더'라고 부르는 컴퓨터 역시 그렇다. 그러나 컴퓨터라는 엄마는 에이리언이라는 엄마에 대해 묻는 리플리에게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는다. 결국 두 엄마는 모두 '나쁜 엄마'이고, 둘 모두 리플리를 위협하는 존재다.

이 영화에서 중성적으로 묘사된 리플리는 '강제된 모성'과 싸운다. 자신의 몸 속에 알을 낳으려 덤벼드는 에이리언을 필사적으로 저지한다(반면에 남자 승무원 케인의 몸 속에서 자란 새끼 에이리언이 그의 배를 뚫고 튀어나오는 장면은 사실상 임신과 출산을 충격적으로 뒤틀어 은유한 것으로 보인다). 우주선 자체를 여성의 몸으로 보아도 마찬가지다. 리플리는 초반에 다른 대원들과 달리 에이리언이 우주선 안으로 들어올 수 있는 가능성을 철저히 차단하려 한다. 후반에 이르러 지구의 남성 리더는 중요한 실험 대상이 될 수 있다면서 에이리언을 (선내에) 데리고 귀환하라고 명령을 내리지만, 리플리는 내부로 들어온 에이리언을 우주선 바깥으로 몰아내 없앰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도입부에서 캡슐침대로부터 깨어나는 것으로 묘사된 사람은 케인이고 초반 사건의 중심이 되는 것도 케인이다. 이 작품 출연진 중 당시 가장 유명한 배우 역시 케인 역의 존 허트였기에, 처음에 관객들은 당연히 케인이 주인공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주인공은 결국 케인이 아니라 리플리였다. '에이리언'은 강요된 모성을 수용하다 죽은 사람이 아니라 이를 단호히 거부하고 홀로 살아남은 사람이 영웅인 이야기다.

그림 4제임스 캐머런이 메가폰을 잡은 '에이리언2'는 1편과 달리 강한 모성애를 인류의 희망으로 묘사한다.
그림 4제임스 캐머런이 메가폰을 잡은 '에이리언2'는 1편과 달리 강한 모성애를 인류의 희망으로 묘사한다.

‘에이리언 2’(1986)

캐머런의 '에이리언 2'는 스콧의 전편과 정반대로 희생적 모성을 찬양하는 영화다. 도입부에서 지구에 돌아온 리플리는 열한 살 때 헤어진 어린 딸이 이미 세상을 떠났음을 알게 된다. 상실감을 안고 재차 우주로 나간 리플리는 또다시 에이리언이 처참하게 인간들을 공격하는 상황에서 유일한 생존자 뉴트를 발견한다. 뉴트는 자신의 딸과 비슷한 나이의 소녀였다.

1편에서와 달리 2편에서 리플리는 뉴트를 시종 보호하며 엄마가 되길 자처한다. 전편에서는 승무원들이 컴퓨터를 마더라고 호칭하지만, 속편에선 뉴트가 리플리를 마더라고 부른다. 여기서도 출산이 가장 중요하게 다뤄지는 에이리언은 모성과 연결된다. 하지만 그것은 나쁜 모성으로 치부된다. 이 영화 클라이맥스에는 "아이로부터 떨어져, 이 못된 X(Get away from her bitch)"이라는 유명한 대사가 나온다. 뉴트를 보호하려고 리플리가 퀸 에이리언에게 그처럼 외칠 때, 이건 착한 엄마가 나쁜 엄마를 물리치고 아이를 구하는 이야기가 된다.

1편과 달리 2편에서는 리플리와 함께 힘을 합쳐 싸우는 힉스라는 남성 캐릭터도 등장한다. 그와 관련해서는 극 중에서 프로포즈처럼 보이는 장면도 있고 위치추적기를 반지처럼 사용하는 장면도 있다. 결국 '에이리언 2'는 가족을 잃어 깊은 상실감에 처한 여성이 새로운 딸과 남편을 얻어 단란한 가정을 꾸림으로써 행복을 되찾는 보수적인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동진 영화평론가·B tv '영화당'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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