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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라 “엄마와 박근혜 사이의 일 몰라… 일단 좀 억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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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라 “엄마와 박근혜 사이의 일 몰라… 일단 좀 억울”

입력
2017.06.0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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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 가고 싶어 한 적 없다

‘돈도 실력’ 발언, 욱하는 마음에”

이대 학생들 “아직도 화 난다” 격앙

위축되지도, 그리 보이려 애쓰지도 않는 듯했다. 해외 도피 245일, 덴마크 현지에서 체포된 지 151일 만인 31일 한국 땅을 밟은 최순실씨 딸 정유라(21)씨는 세간의 스포트라이트에 오히려 당당해 보였다. 강도 높은 검찰조사에 대한 압박이 있을 텐데도 담담했다. 답변은 미리 준비한 듯 거침없었다.

정씨는 이날 오후 3시16분쯤 인천공항 27번 게이트 탑승교에서 취재진 앞에 섰다. 옥색 상의 안에 ‘스마일’ 캐릭터 티셔츠를 입었고, 양 손목에 채워진 수갑은 파란색 수건에 가려졌다. 정씨는 5~6분간 이어진 취재진의 질문 공세에 일일이 답변을 꽤 길게 했다. 엄마 최씨의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 등과 사전 조율돼 ‘극도로 말을 아낄 것’이란 관측은 빗나갔다. ‘럭비공’이란 그의 별명답게 황당한 대답이 불쑥 튀어나오기도 했다.

삼성의 승마지원이 사실상 정씨만을 위한 특혜라 생각해 본 적 있냐는 취재진 물음엔 “딱히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은 없는데 돌이켜보면… 잘 모르겠다”며 “전 어머니한테 들은 게 있다”고 답했다. 최씨가 삼성전자 승마단이 또 승마를 지원하는데 (그 대상 선수) 6명 중 1명이 자신이라고 말해서 그런 줄 알았다고 했다.

정씨 답변은 대부분 ‘나는 몰랐다’에서 ‘모든 건 엄마 뜻이었다’는 식이었다. 자신을 둘러싼 혐의에 대해 법적 책임을 지지 않으려 선을 그은 것으로 보인다. 압권은 국정농단 사태 초기 국민적 공분을 산 자신의 이화여대 부정입학 및 학사비리 부분에 대한 언급이다. “학교를 안 가서 취소는 당연히 인정한다. 전공이 뭔지도 몰랐고 대학에 가고 싶어 한 적도 없었기에 취소 부분은 드릴 말씀이 없다. 죄송하다”(입학 취소 심정), “이대만 들고 간 게 아니라 중앙대도 들고 갔던 거 같다. 어머니가 메달 들고 입학사정관에게 ‘가지고 가도 되냐’고 물어보라고 했고, ‘된다’고 해서 갖고 들어갔다”(금메달을 면접에 걸고 간 이유) 등이다.

그는 ‘억울하냐’는 물음에는 순간 울컥하며 “좀 억울하다”고 했다. 정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씨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하나도 모른다”고 말했다. 아울러 2014년 ‘돈도 실력이야. 능력 없으면 니네 부모를 원망해’라고 쓴 자신의 페이스북 글에 대해선 “정말 죄송하다”고 했다. 그는 “하도 ‘돈으로만 말을 탄다’는 얘기를 들어서 욱했다. 어린 마음에 썼는데 지금 생각하면 제 자식이 어디 가서 그런 소리 들으면 정말 속상할 것 같다”는 설명까지 곁들였다

정씨는 이날 23개월쯤 된 아들을 데리고 오진 않았다. 아들이 언제 오는지는 “답하고 싶지 않다”고 민감하게 반응했다. 정씨는 인터뷰 뒤 호송팀에 이끌려 차량에 올라 오후 4시20분쯤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해 최씨 측 이경재 변호사를 보고는 오후 5시30분부터 본격 검찰 조사를 받았다. 정씨는 심야조사에는 동의하지 않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기내 체포로 장시간 소비된 데다 심야조사 거부로 인해 검찰은 압축된 신문을 해서 1일 밤 무렵 정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계획이다. 조사실에는 최씨의 다른 변호인인 권영광 변호사가 입회했다.

이날 이화여대 학생들은 정씨 귀국 소식에 “아직도 화가 난다” “법의 심판부터 받으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정씨 특혜 파문으로 최경희 전 총장이 중도 퇴진한 뒤 이화여대 개교 이래 첫 직선제 총장에 뽑힌 김혜숙 총장의 취임식이 있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영종도=송원영기자 wys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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