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경제 질서를 바로잡을 문재인 정부의 개혁 전도사 ‘투톱’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다. 장 실장은 대통령 곁에서 경제ㆍ사회 및 일자리 관련 정책을 조율ㆍ총괄하고, 김 후보자는 대기업 정책과 시장질서 유지의 야전사령관 역할을 맡게 된다. 이에 따라 두 사람이 지난 20여년 간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며 비중 있게 다뤄온 공통 사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두 사람의 ‘교집합’은 재벌개혁과 소액주주 운동으로 모아진다. 새 정부에서 소액주주 등 주주권을 강화하는 각종 조치들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는 이유다. 우선 여야간 이견이 크지 않은 전자투표제 의무화가 도입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전자투표제는 주주가 주주총회에 참석하지 않고 인터넷투표 등 전자적 수단을 이용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제도다. 통상 국내 상장사 정기 주총은 3월 마지막 금요일에 집중적으로 개최되는데, 이러한 시간적 제약 탓에 다수 기업에 투자한 주주들은 지금까지 ‘1주 1표’ 의결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었다. 모든 상장사에 전자투표제를 도입해 주주의 주총 참여를 보장하고, 이를 통해 주총을 내실화하자는 게 두 사람의 생각이다. 한 지배구조 전문가는 “대만처럼 1일당 주총 개최 상장사 수를 제한하는 ‘쿼터제’를 도입하는 등 방안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액주주의 목소리를 대변할 독립적인 사외이사를 선임할 수 있는 창구가 열릴 가능성도 높다. 이를 위한 현실적인 방안으로 집중투표제 의무화가 거론된다. 집중투표제는 주총에서 이사진을 선임할 때 ‘1주 1표’가 아니라 선임하는 이사의 수만큼 의결권(표)을 부여한다. 이 경우 지분 5%를 보유한 주주는 주총에서 이사 3명을 선임할 때 후보자 1명에게 표를 몰아 15%(5%*3)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안택식 강릉원주대 법학과 교수는 “지배주주가 아닌 일반 주주도 집중투표제를 통해 사외이사를 한 명 정도 선임할 수 있다면 ‘최순실 게이트’와 같은 정경유착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관투자자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 도입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자가 기업의 의사 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강제하는 의결권 행사 지침이다. 사립대의 한 교수는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가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해 배당 확대 등 주주의 정당한 권리를 요구하면 소액주주도 그 수혜를 입게 된다”고 말했다.
기업 불법 행위에 대한 ‘사후적 구제장치’를 구축하는 노력도 병행된다. 특히 모회사 주주가 불법행위를 한 자회사 혹은 손자회사의 임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다중대표소송제도도 도입될 지 주목된다. 장 실장은 저서 ‘한국 자본주의’에서 “불법행위에 대해 실질적인 책임을 지는 사후적 규제와 처벌이 강화돼야 한다”며 이를 위한 제도로 집단소송제, 다중대표소송제 등을 제시했다.
김 후보자의 평소 지론도 이와 유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중시하는 시장질서 롤모델은 미국식 자본시장 질서에 가까운데 ▦독립적 사외이사가 경영진을 감시해 주주권을 지키고 ▦기관투자자가 주주권을 적극 행사해 기업에 압력을 가하며 ▦사후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집단소송제 등 각종 사법 질서를 통해 제재를 가하는 형태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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