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콤비, EU를 ‘언덕 위 빛나는 도시’로 만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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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콤비, EU를 ‘언덕 위 빛나는 도시’로 만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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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3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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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7 정상회의 등서 트럼프 대응

신중함과 돌파력 정반대 방식

‘유럽 홀로 서기’에 보완적 효과

EU 개혁구상 통일이 첫 숙제

에마뉘엘 마크롱(왼쪽)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5일 벨기에 브뤼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본부에서 나토 정상회의 기념사진 촬영 전 대화를 나누고 있다. AP 연합뉴스

“유럽이 다시 없을 최대의 기회를 맞이했다.”

에마뉘엘 마크롱이 역대 최연소 프랑스 대통령으로 당선(5월 7일)된 지 약 일주일 후 독일 주간 슈피겔은 별안간 유럽연합(EU)의 미래에 대해 이러한 진단을 내놓았다. 당시 주요 외신들은 마크롱의 승리로 ‘유럽 극우 물결이 멈춰 섰다’는 점에만 집중하던 때였다. 하지만 독일 내부에서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마크롱 대통령이 각국 국내 정치에서 안정적인 위치만 점한다면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로 흔들리는 유럽이 개혁을 통해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자라나고 있었다.

슈피겔의 분석은 마크롱 대통령이 집권한 이래 한달 동안 점차 현실이 되고 있다. 메르켈 총리와 마크롱 대통령이 최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전후로 ‘유럽 홀로서기’ 목소리를 높이면서 두 정상의 환상적인 궁합에 전세계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 경제전문지 블룸버그도 지난달 30일(현지시간)자 칼럼을 통해 “독일과 프랑스에 이례적인 호기가 왔다”며 “메르켈ㆍ마크롱 듀오가 성공적으로 작동한다면 EU는 미국을 대체해 ‘언덕 위의 빛나는 도시’가 될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언덕 위의 빛나는 도시란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자유 민주주의 질서의 수호자를 빗대 사용한 용어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신(新)고립주의 행보를 고집하는 동안 EU가 서구 자유주의 세계의 중심을 탈환할 수 있다는 뜻이다.

메르켈ㆍ마크롱 듀오는 실제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듯 정반대의 외교 방식으로 서로를 보완해주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특유의 온건하고 신중한 성품으로 미ㆍ독 정상회담과 G7 정상회의에서 파리기후변화협정, 자유무역 등 갈등 사안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 왔다. 이러한 메르켈 총리가 지난달 28일 더 이상의 수가 없다는 듯 “유럽인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챙겨야 한다“고 하니 호소력이 더욱 짙어졌다. 반면 마크롱 대통령은 트럼프와는 ‘강철 악수’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겐 시리아 사태 등에 대한 독설로 대응하며 강대국 ‘스트롱맨’을 쥐락펴락 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메르켈은 집권 후 처음으로 자신의 결점을 채워줄 파트너를 만났다”며 “마크롱의 직설적ㆍ개혁적인 열성이 메르켈의 능숙함과 어우러지면 유럽 소프트파워를 증폭시킬 것”이라고 분석했다.

물론 EU는 양국 지도자가 강제로라도 합심해야 할 만큼 압박 받는 상황에 처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줄곧 유럽 국가들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방위비 분담금 문제, 독일 무역흑자를 거론하며 EU를 몰아세우고 있다. 30일만 해도 트위터를 통해 “우린(미국) 독일로 인해 거대한 무역적자를 보고 있지만 그들은 나토에 지불해야 할 액수보다 훨씬 적은 돈을 내고 있다”며 “미국에 매우 나쁜 일”이라고 공격했다. 마크롱 대통령에 대해선 아직 공세가 덜한 편이나 프랑스 역시 대미 무역흑자가 상당한 데다 국방비 지출도 기대 수준에 못 미쳐 언제든 충돌 가능하다.

다만 두 지도자가 유럽 통합 강화를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EU 개혁 구상을 통일해야 한다. 양측은 유럽 내 국경 개방과 안보 강화, 외교ㆍ국방 정책의 통일 등에선 입장을 같이 하고 있다. 하지만 유로존 안정화를 위한 구조 개혁에 있어 브뤼셀(EU 본부) 중심의 의사결정을 원하는 마크롱 대통령의 구상을 두고 잡음이 일고 있다. 슈피겔의 최근 설문조사(지난달 10일)에서도 ‘독일 정부가 개별 국가의 권한을 EU로 이양하려는 마크롱의 계획을 지지해야 하는가’란 질문에 가부 응답이 46%, 45%로 팽팽히 맞섰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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