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가 31일 국내로 강제 송환됐다. 지난해 9월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진 직후 해외로 도피한 지 254일 만이다. 도피처인 덴마크 출발 때 체포된 정씨는 곧바로 검찰로 옮겨져 조사를 받은 데 이어 조만간 구속영장이 청구될 것으로 보인다.
정씨가 받고 있는 혐의는 삼성으로부터의 뇌물수수와 이대 입시 비리, 재산 해외도피 등이다. 정씨는 인천국제공항 도착 직후 대기하던 기자들의 질문에 일체의 혐의를 부인했다. 여러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엄마가 다 알아서 한 일”이라며 최씨의 책임으로 돌렸다. 국정농단 연루 의혹에 대해서는 “억울하다”고도 했다. 하지만 검찰은 정씨의 혐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다. 최씨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관계에 대해서도 많이 알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이 정씨에 대한 조사를 삼성 뇌물 수사를 맡았던 특수1부와 최씨 일가 해외 은닉 재산을 수사 중인 첨단범죄수사1부에 맡긴 것도 그런 이유다.
특히 특검과 검찰 조사에서 최씨의 해외 은닉재산에 대해서는 거의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박영수 특검은 수사결과 발표에서 현재까지 확인된 최씨의 재산은 200억원대 규모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최씨와 정씨가 이중 대부분을 신고 절차를 무시하고 해외에 은닉해 왔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정씨 조사를 통해 그동안의 도피 자금과 해외 은닉 재산의 전모를 밝혀내 이를 환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씨에 대한 조사가 단지 개인 차원에서만 머물러선 안 된다. 최순실 국정농단 수사는 아직 완결된 상태가 아니다. 특검은 수사기간 연장이 거부돼 나머지 의혹을 검찰에 넘겼으나 제대로 매듭을 짓지 못했다.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통하는 ‘문고리 3인방’수사가 대표적이다. 이들 가운데 정호성 전 청와대 부석비서관만 재판을 받고 있을 뿐 이재만ㆍ안봉근 두 비서관은 기소되지 않았다. 국정농단의 시발점이 된 ‘정윤회 문건’부실 수사 경위와 우병우 전 민정수석 의혹도 명쾌히 밝혀져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특검 시한 연장 불발로 인한 국정농단 수사 미진에 재수사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박영수 특검에서 수사팀장으로 활약했던 윤석열 검사장이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돼 재수사에 착수할 요건이 갖춰졌다. 이를 통해 국정농단을 비호하고 방조한 전ㆍ현 검찰 수뇌부의 책임도 분명히 가려져야 한다. 그것이 검찰개혁의 시발점이 되어야 마땅하다. 진상을 끝까지 밝혀 정의를 세우라는 것이 촛불 민심의 요청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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