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 영면한 부산 유엔기념공원서 10년 근무
31일 마지막 출근했다 캐나다 귀국 준비
“뵌 적 없는 아버지지만 이렇게라도 모실 수 있어 다행이었습니다.”
부친이 영면한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에서 10년 가량 국제협력실장으로 근무한 레오 드메이(64ㆍ캐나다)씨가 31일 근무를 마지막으로 공원을 떠났다.
드메이씨의 부친인 앙드레 레짐발드씨는 1952년 9월 5일 35고지 전투에서 스무살의 나이로 전사해 유엔기념공원에 안치됐다.
젖먹이였던 드메이씨는 곧 입양됐고 2006년 생모를 만나 부친의 이름과 참전용사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부친이 부산 유엔기념공원에 안치됐다는 소식을 들은 드메이씨는 2006년 한국으로 왔고 2008년부터 아예 유엔기념공원에서 근무하게 됐다. 부친이 있는 곳에서 일하고 싶다는 그의 바람이 이뤄진 것이다.
드메이씨는 캐나다에 살고 있는 아내와 딸에 대한 그리움도 부친의 묘역을 찾아 달랬다. 그는 “캐나다에 살고 있는 아내와 딸이 보고 싶을 때도 많았다”며 “아버지께 인사를 올리면 위로를 받는 기분이 들었고 그 덕에 견딜 수 있었다”고 말했다.
10년의 세월은 약이 됐다. 부친에 대한 그리움도 상당 부분 달래졌다. 드메이씨는 부친을 가슴에 품고 캐나다로 돌아갈 계획이다. 정들었던 유엔기념공원을 떠나는 것도 아쉬울 터. 쉬는 시간이면 비슷한 나이의 주차관리요원들과 서툰 한국말을 건네며 소탈하게 담배를 피우던 모습도 이젠 만날 수 없게 됐다. 그는 유엔기념공원에서 회의자료를 만들고 세계 각국에서 온 방문객들에게 공원을 소개하는 역할을 해왔다.
공원을 떠나지만 부친에 대한 사랑과 한국에 대한 애정은 이어갈 계획이다. 그는 유엔기념공원에서 근무한 경험을 토대로 2013년 발간한 6ㆍ25전쟁 관련 서적 ‘워 리플(War Ripple)’을 소개하고 강연 등을 통해 한국을 알리는 일을 계속할 예정이다.
드메이씨는 “한국은 아버지가 묻힌 나라”라며 “6ㆍ25전쟁 이후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지금이라도 통일을 이뤄 평화를 유지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부산=정치섭 기자 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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