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1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풍자하는 전단을 뿌린 이하(49ㆍ본명 이병하)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31일 확정했다. 함께 전단을 살포한 연극배우 한모(39)씨에게는 벌금 20만원이 확정됐다.
재판부는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 및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풍자하는 벽보를 광고물 표시가 금지된 장소에 붙이고 전단지를 배포하기 위해 일반인 출입이 금지된 옥상에 들어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씨는 2014년 5월 19일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자신이 그린 박 전 대통령 풍자 그림을 거리에 붙일 사람을 모집한다는 글을 게시한 뒤, 게시글을 보고 연락해 온 A씨에게 벽보 30장을 택배로 보냈다. 가로 10㎝, 세로 15㎝ 크기의 벽보에는 바다 속으로 침몰하는 종이배를 배경으로 한복을 입고 웃고 있는 박 전 대통령이 한복 치마폭으로 불독 1마리를 감싸고 있는 그림이 담겼다. 한씨는 이씨의 부탁을 받고 2015년 5월 서울 대학로 일대에 전단 1,500장을 뿌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전단이 박근혜 정부에 대한 정치적 의사 표현이라고 주장했지만, 1ㆍ2심은 “전단 수량이나 살포 방법, 장소 등에 비춰보면 정당행위로 보이지 않는다”며 유죄를 인정했다. 법원은 이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한씨에게 벌금 20만원을 선고했다.
이씨는 2012년 5월에도 서울 연희동 일대 주택가에 전두환 전 대통령 풍자 포스터 55장을 붙였다가 벌금 10만원에 선고유예됐다. 같은 해 6월에는 박근혜 당시 대선 후보를 풍자한 포스터 200여장을 부산 시내에 붙였다가 무죄 판결을 받았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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