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좋아요’를 눌렀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례가 나왔다.
영국 BBC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30일 스위스 취리히 지방법원은 45세 남성이 동물인권운동가인 에르윈 케슬러(73)를 인종차별주의자ㆍ반유대주의자로 비난한 글에 ‘좋아요’를 누른 행위가 명예훼손에 해당된다며 4,000스위스프랑(약 46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2015년 페이스북에서 동물복지단체의 채식주의자 페스티벌 참가 허용 여부를 두고 벌어진 토론. 토론 과정에서 20여 년 전 유대인의 전통적인 가축 도살 방법인 코셔(Kosher)를 나치의 만행과 비유해 인종차별금지법 위반으로 징역형을 받았던 케슬러를 비방하는 글이 올라왔다. 케슬러는 비방글 6개에 ‘좋아요’를 누른 이 남성을 포함해 10여명을 고소했다.
취리히 법원은 “피고가 비방글을 썼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며 “페이스북에서 ‘좋아요’를 눌러 명백하게 부적절한 내용을 지지했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이어 피고가 ‘좋아요’를 눌렀던 글의 사실 여부가 증명되지 않았고, 오히려 그가 ‘좋아요’를 누르는 바람에 그 내용이 다른 사람들에게 노출되어 많은 사람이 그 글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이 페이스북에서 ‘좋아요’를 눌러 명예훼손 혐의로 처벌받은 첫 사례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논란도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피고 측 변호사인 암르 압델라지즈는 “만약 법원이 페이스북에서 ‘좋아요’를 누른 사람들을 모두 기소하려면, 판사가 3배는 더 필요할 것”이라며 “이 판결이 표현의 자유를 훼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단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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