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간접적 목소리 대변” 기대
일각선 “IT 정책 수립 아닌
홍보 담당으로 중용 아쉬워”
카카오의 홍보 업무를 총괄하는 정혜승(46) 카카오 부사장이 청와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소통 등을 담당하는 뉴미디어비서관에 내정됐습니다. 정 부사장이 임명되면 문재인 정부 초대 국민소통수석을 맡고 있는 윤영찬(53) 전 네이버 부사장에 이어 현직 인터넷업체 임원의 두 번째 청와대 입성인데요. 이미 정 부사장은 29일부터 휴가를 내고 사실상 퇴사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윤 수석과 정 부사장은 맞수 인터넷업체 출신이지만 공통점이 많습니다. 두 사람 모두 기자 출신으로 윤 수석은 동아일보에서, 정 부사장은 문화일보에서 10여 년 근무하다 각각 네이버와 다음커뮤니케이션(현 카카오)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이들은 이직 후 오랜 기간 국회, 정부, 시민단체 등을 상대하는 대관(對官) 업무를 맡았습니다. 그러다 올해 초 나란히 언론 대응을 주로 하는 홍보 담당 임원으로 배치됐는데요. 홍보를 지휘한 건 반년도 채 되지 않기 때문에 두 사람 모두 홍보 전문가라기보다는 대관통에 가깝습니다. 업계 경쟁자였던 이들은 이제 청와대에서 만나 함께 일하게 됐습니다.
두 사람의 청와대행을 바라보는 정보통신(IT) 업계의 시선은 복잡합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당장 업무에 공백이 생겨 당황스럽다는 분위기인데요. 인사철도 아닌 데다 두 사람의 업무 자체가 중역이어서 대체할 인물을 찾는 게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 보니 네이버는 윤 수석이 퇴사한 지난 3월부터 다른 임원들이 기존 윤 수석의 업무를 나눠 수행하고 있습니다. 반면 다른 IT 업체들은 기대를 나타내고 있는데요. 한 IT 업체 관계자는 “국내 IT 업계 사정을 잘 아는 이들이 청와대에 입성한 만큼 직간접적으로 목소리를 대변해줄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인터넷업체 임원들을 IT 정책 수립 등에 관여하는 실무가 아닌 홍보 담당으로만 중용하는 데 대해 아쉽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는 정부의 정보통신기술(ICT) 정책 방향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내실을 다지기보다 외형을 갖추는 데만 급한 게 아니냐는 지적인데요. 앞으로 문재인 정부가 어떤 카드로 이런 우려를 덜고 국내 ICT 산업 발전에 힘을 실을지 궁금해집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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