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61)씨가 박근혜(65) 전 대통령의 안살림을 도와준다는 사실을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지기 전부터 수 차례 들었다는 승마계 관계자의 법정 진술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 심리로 30일 열린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뇌물 관련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이상영(72) 전 한국마사회 부회장은 “취임 전부터 박원오 대한승마협회 전무로부터 ‘최씨는 대통령의 내실을 지원하고, 박 대통령은 최씨 딸 정유라를 아낀다’는 말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박 전 전무가 최씨와의 친분을 과시하며 수 차례 이 같은 말을 반복해 “그런 얘기를 하고 다니는 게 좋지 않을 것 같다”는 조언까지 줬다는 것이다. 내실을 지원한다는 건 안살림을 도와주는 것으로 이해했다고도 설명했다. ‘정윤회 문건 사태’가 터지기 전부터 승마계에서는 최씨가 박 전 대통령의 비선실세라는 소문이 파다했다는 사실도 밝혔다.
삼성이 승마협회 회장단을 맡게 된다는 사실도 공식 결정되기 전에 알게 됐다고 진술했다. 그는 “한화그룹이 승마협회 회장사를 맡고 있던 2015년 초 박 전무로부터 ‘앞으로 삼성이 맡게 될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며 “이후 그의 말대로 회장사가 변경돼 깜짝 놀랐다”고 털어놨다. 이후 “전지훈련 장소가 독일이며 700억원 정도를 삼성이 지원하기로 돼 있다”는 박 전 전무의 얘기를 듣고 정유라가 포함된 선수단이 가서 훈련하는 것이라고 이해했다고도 덧붙였다.
박 전 대통령은 이 날도 재판 내내 ‘40년 지기’ 최씨와 시선을 마주치지 않았다. 최씨가 입정할 땐 의도적으로 고개를 숙였다가 최씨가 자리에 앉고 나서야 정면을 바라봤다. 매일 진행되는 재판에 피곤한 듯 눈가를 자주 문질렀고 수 차례 하품을 했다.
한편 '비선진료 방조' 혐의 관련 재판을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 김선일)는 31일 열리는 이영선(37) 전 청와대 경호관 재판에 증인 출석을 강제하기 위해 박 전 대통령에 대해 구인장을 발부했다. 박 전 대통령은 앞서 이 재판 증인으로 채택되고도 2차례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