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문부성 차관 “‘총리가 직접 말못하니 내가 한다’고 보좌관이 압력” 증언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자신의 친구가 이사장으로 있는 사학재단에 수의학부를 신설해 주도록 압력을 가했다는 ‘가케(加計)학원 스캔들’이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앞서 문부과학성 전 차관이 내각부에서 ‘총리 의향’이라고 압박했다며 지난 25일 관련문서를 제시한 데 이어, 30일에는 아베 총리가 정치권 입문 당시 가케학원의 임원을 맡고 보수까지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아베 총리는 압력행사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어 정치권 공방이 절정으로 향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참의원 법무위원회에서 “1993년 중의원 당선 때로 상당히 옛날이지만, 가케학원 감사를 몇 년간 맡았고 연간 14만엔의 보수를 받았다”고 밝혔다고 교도(共同)통신 등 일본 언론이 전했다. 아베 총리가 2000년 중의원에 제출한 이력서류에도 당시 가케학원 감사를 맡았다는 내용이 기재돼 있다. 이는 아베 총리와 가케학원의 인연이 그만큼 깊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다. 이 학원의 가케 고타로(加計孝太郞) 이사장은 아베 총리와 30년간 친분을 맺어온 절친한 사이다. 아베 총리는 수의학부 신설 압력 행사를 추궁하는 야당 의원들에게 “이사장이 잘 아는 사람이니 부탁한다고 말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그러나 마에카와 기헤이(前川喜平) 전 문부성 차관은 아사히(朝日)신문 인터뷰에서 작년 9~10월에 이즈미 히로토(和泉洋人) 총리 보좌관과 총리관저에서 여러 차례 만났다고 새롭게 증언했다. 당시 보좌관이 “총리는 자신의 입으로 말하지 못하니, 내가 대신 말한다”며 자신에게 “수의학부 신설을 빨리 승인하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는 것이다.
상황이 진실 공방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문부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마에카와 전 차관으로부터 그런 이야기를 들은 바 없다”고 했고, 문부성 전문교육과측도 전 차관의 증언을 “알지 못한다. 기억에 없다”고 발을 뺐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즈미 보좌관 조사여부에 대해 “전혀 계획이 없다”고 일축했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