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30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발사대 4기의 추가 반입 경위에 대해 철저한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중대 안보 현안인 사드 관련 정보가 새 정부 출범 이후 군 통수권자에게 제대로 보고되지 않았음을 질책한 것으로 만만찮은 파장을 예고했다. 새 정부의 군 개혁 의지를 드러내는 한편으로 사드 배치 속도 조절의 필요성을 미국과 중국에 알리기 위한 포석으로도 비칠 만하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이 발사대 4기가 국내에 추가 반입돼 보관돼 있다는 사실을 보고 받고 철저한 진상조사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이런 사실을 처음으로 듣고 “매우 충격적”이라며 한민구 국방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직접 사실을 확인했다고 윤 수석은 덧붙였다.
주한 미군이 성주골프장에 배치하기로 한 사드 1개 포대는 포대통제소와 사격통제레이더, 6기의 발사대 등으로 구성된다. 지난달 성주 기지에 배치된 발사대 2기 외에 나머지 4기도 모두 국내에 반입됐다는 보도는 있었지만, 새 정부에는 제대로 보고되지 않았던 셈이다. 국방부는 25일의 국정기획자문위 업무보고에서 이를 보고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주한미군이 부산항에 추가로 도착한 발사대 4기를 4월25일 밤 고속도로를 통해 성주로 옮기는 장면은 일부 방송에 생중계됐고, 4월26일자 한국일보(인터넷판)에도 보도됐다.
따라서 문 대통령의 이날 ‘특별 지시’는 우선 국방부가 정상적인 경로로 새 정부에 마땅히 보고해야 할 중요 현안을 빠뜨린 ‘중대한 과실’을 추궁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정부의 안보라인을 엄정히 문책, 국방개혁에 대한 반발을 억누르려는 뜻이 있을 만하다.
또한 새 정부 출범 직전에 이뤄진 발사대 추가 반입을 새삼스럽게 공론화하는 것은 미중 양국과의 본격적 사드 논의를 앞두고 정치적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로도 여겨진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사드 배치 문제를 공론에 부칠 필요가 있으며, 최소한 국회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 최근 미중 양국에 파견한 특사도 새 정부의 뜻을 분명히 알렸다. 군 수뇌부가 사실상의 권력 공백 상태에서 서둘러 사드 배치를, 그것도 다수 국민이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진행했음을 알리는 효과가 있다. 이를 문책하는 것은 사드 비용을 요구하는 미국이나 사드 배치에 반발하는 중국 양쪽을 향해 상당한 명분이 될 수 있다. 이래저래 파장이 만만찮을 것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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