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유방암과 뇌졸중을 견디며 만 73세에 대학 졸업장을 딴 후 약물상담사를 준비 중인 할머니의 사연이 화제다.
29일(현지시간) 시카고 트리뷴에 따르면 시카고 교외에 사는 로즈 화이트사이드(73)는 이달 초 일리노이주 워본씨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알코올 및 마약남용 상담과정을 이수하고 휴먼서비스학 준학사 학위를 받았다. 정식 상담사가 되려면 자격증 시험을 통과해야 하지만 화이트사이드 할머니는 자격증을 취득하고 일자리를 찾을 계획이다.
일반적인 만학도의 삶으로 보이는 할머니 인생이 세간에 회자되는 건 오뚝이 같은 그의 삶에 대한 자세 때문이다.
화이트사이드는 고교 졸업 후 결혼과 이혼 끝에 공장 노동자ㆍ경리ㆍ식당 종업원ㆍ미용사 등 수많은 직업을 전전했다. 홀로 아이들을 키운 그는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자동차 정비까지 지침서를 사다 보며 스스로 했고, 이를 발판 삼아 대형 유통업체 K마트가 운영하는 자동차 정비센터에서 서비스 매니저 훈련관으로 일했다.
하지만 화이트사이드는 정비 교육 중 머리 부상을 당해 시력급감·기억상실 등의 후유증을 앓았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도 꾸준히 오르간 연주와 라인댄스 등을 배우며 기억력 향상에 노력해 수년 만에 기억력을 정상 수준으로 회복했다. 이후 간병인, 가사도우미 등으로 일하다 좀 더 지속적인 일을 갖고 싶다는 생각에 일흔인 2014년 대학에 등록했다.
화이트사이드는 처음 등록한 컴퓨터학과에 적응하지 못했다. 하지만 포기 대신 교내 진학상담사의 조언을 수용해 알코올 및 마약상담사 프로그램을 이수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뜻하지 않게 뇌졸중이 닥치고 2015년 12월에는 유방암 진단까지 받았다. 그럼에도 그는 뒤늦게 찾은 적성에 맞는 학업을 중단하지 않고, 지난해 시카고 인근 애디슨 시의 약물남용센터에서 인턴 실습까지 마쳤다.
자격증 시험에서 떨어지면 4년제 대학에 편입해서 좀 더 공부할 계획까지 이미 세웠다는 화이트사이드는 “자신감이 약해질 때도 있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수업을 듣고 연구 논문을 쓰며 약물 중독자를 잘 돕는 좋은 상담사가 될 거라는 믿음이 생겼다”며 “공부를 하면서 많이 성장했다”고 회고했다.
이태무 기자 abcdef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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