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10여건씩 발생
한화케미칼 2주 연속 사고
안전불감ㆍ관리부실 도마
대규모 화학공장이 밀집한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에서 사고가 끊이지 않아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당국이 중점 관리점검을 하고 있지만 여수산단에서는 매년 10여건의 폭발, 가스누출 등 중대사고가 터지면서 안전불감증과 미온적인 관리감독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30일 여수시 등에 따르면 지난해 여수산단에서 모두 9건의 안전사고가 발생해 6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유해화학물질 누출, 냉각탑 설치 과정 추락, 고압 호스 연결 중 노즐 분리에 따른 충격, 지게차 작업 중 사망 등 사고가 잇따랐다.
올해도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한화케미칼은 2주 연속 사고가 터졌다. 이날 오전 7시42분쯤 여수시 월하동 여수산단 한화케미칼 1공장에서 폴리에틸렌 생산라인을 가동하던 중 반응에 의한 고압분리기의 압력 상승으로 설비 보호용 안전밸브나 파열판(압력제어 보조 장치)이 터졌다. 이 사고로 에틸렌 가스가 대기 중으로 방출되면서 화재로 이어졌다. 당시 ‘쾅’하는 폭발음과 함께 검은색 연기가 치솟아 오른 뒤 곧바로 화염에 쌓여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 했다. 경찰은 정확한 사고원인을 조사해 위법사항이 드러나면 관련자들을 전원 사법 처리할 방침이다.
이 업체는 지난 22일에도 유독가스 누출로 작업자 10여명이 병원으로 후송되기도 했다. 사고는 공정 정비 작업 중 반응기 내부 세척을 위해 유기용제 자일렌을 주입하는 과정에서 회수 작업을 위해 설치된 호스가 압력 상승으로 파열되면서 발생했다.
한화케미칼은 플라스틱 재료인 폴리에틸렌, 폴리염화비닐, 가성소다 등 기초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고 있어 상시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 이번 화재가 발생한 곳은 열가소성 플라스틱인 폴리에틸렌 생산 공장으로 초기 화재 진압에 실패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 특히 이 공장은 지난 3월 안전 점검을 실시했는데도 사고가 잇따라 터져 형식적인 점검에 그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여수환경운동연합은 이날 성명을 내고 “대형 화학물질 취급 사업장에서 일주일 사이 폭발ㆍ화재ㆍ가스누출 사고가 2차례나 발생해 주민들을 공포로 몰아넣었다”며 “즉각 작업 중지명령과 공정정밀진단 및 특별감독을 실시하고 법인과 책임자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환익 여수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유독가스 누출사고 당시 고용노동부와 여수화학재난합동방재센터 등 관계기관이 합동조사를 실시했지만 불과 일주일 만에 또 다시 발생한 사고를 막지 못했다”며 “사고가 반복된 것은 정부기관의 감독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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