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일자리위원회를 관장하고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하는 등 일자리 만들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업률이 4월 기준으로는 2000년 4월 이후, 청년실업률은 1999년 6월 이후 최고수준을 보이고 있는 어려운 상황인 만큼 새 정부가 일자리 만들기에 전력하는 모습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새 정부의 의욕에도 불구하고 정작 이런 정책이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에 대해 국민에게 신뢰를 심어주는 데는 미흡해 보인다.
우선 일자리 만들기 정책에 기업이 보이지 않는다.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집에는 공무원 일자리 17만 4,000개, 사회서비스 공공기관 일자리 34만개, 공공부문에 간접 고용된 근로자를 직접 고용하는 등으로 30만개 등 총 81만개의 공공부문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계획하고 있다. 중소기업 육성 공약은 있어도 규제를 개혁하여 기업 투자를 활성화하겠다는 상투적으로나마 있을 법한 공약조차 보이지 않는다.
일자리 창출을 대기업에 기대하지 않는다는 정부의 의지는 실증적으로 납득할 만한 이유가 있다. 30대 그룹사의 경우 2015년 투자규모가 전년대비 18% 증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고용규모는 0.5% 감소했으며, 2016년에는 투자규모가 18% 감소하면서 고용규모는 2.1%가 감소하여 93만 명에 불과하다. 또한 종사자 300명이상 사업장의 종사자 수는 금년 3월 기준으로 지난 5년간 8.7% 증가하는 데 그쳤다. 한마디로 대규모 사업장의 일자리 증가가 정체되어 있다.
대기업이 일자리를 만드는 주역이 아니라면 누가 일자리를 주로 만들고 있는가? 지난 5년간 기업생멸 통계에 따르면, 일자리는 이미 설립된 기업에 의해 약 60%가 만들어졌고, 40%는 신생기업에 의해 만들어졌다. 특히 2015년 일자리의 58%가 1인 기업을 통해 만들어졌으며, 이보다 약간 많은 1인 기업 일자리가 소멸했다. 이것은 일자리 만들기의 주역이 다름 아닌 구직자 자신이라는 사실을 의미한다. 반면에 종사자 100인 이상 고용하는 신설기업의 수는 2012년 334개에서 2015년 242개로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즉 어느 정도 규모를 가진 기업의 설립과 고용이 부진함에 따라 1인 기업의 대량 설립과 대량 소멸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으며, 그 결과로 일자리의 질이 악화하고 있는 것이다. 1인 기업을 중심으로 한 영세기업이 부가가치가 낮은 산업에서 집중적으로 생멸을 반복하고 있는 기업 생태계의 악순환 구조는 저임금ㆍ저소득ㆍ차별화ㆍ양극화 등 많은 문제를 발생시키는 온상이다.
더욱 우려되는 양상은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춘 기업들의 국내 일자리 창출이 정체 내지는 감소하고 있는 반면에 기업의 글로벌화에 따라 해외로의 일자리 유출은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대외투자를 통해 해외에 새로 설립한 법인은 2015년 3,194개로 2012년 대비 15%나 증가하였다.
정부가 공공부문의 일자리를 창출해도 그것으로 1인 기업을 비롯한 기업 생태계의 악순환 구조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뿐만 아니라 공공부문 노동시장이 커질수록 ‘좋은 공공부문 일자리’와 ‘나쁜 시장 일자리’의 일자리 양극화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우려가 있다는 점을 정부는 주목해야 한다.
따라서 새 정부의 일자리 만들기 정책은 공공부문의 일자리 창출에 그칠 것이 아니라 기업 생태계의 악화로 인한 일자리 감소와 일자리의 질적 악화 문제에도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을 양극화의 주범으로 적대시하는 분위기는 더욱 바람직하지 않다. 공공부문 위주의 일자리 만들기 정책과 더불어 기업 생태계 혁신을 통해 기업의 일자리 만들기 역할을 촉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김동원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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