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트리맨은 미니의 묘수였다. BMW의 품에 들어와 현대적 디자인과 설계로 새롭게 만들어진 컨트리맨은 2010년부터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54만 대 이상 팔리면서 미니 전체 판매량의 반을 차지했다. 국내에도 2011년 3월부터 인도가 시작돼 그 해에만 총 1,494대가 등록됐다. 이듬해에는 2,083대, 2013년엔 2,031대, 2014년엔 2,248대 등 2세대가 나오기 전까지 만 대 이상 팔렸다.
미니라기엔 크고, SUV이라기엔 어딘가 부족했던 이 차는 틈새를 잘 파고들었다. 미니는 타고 싶은데 좀 더 크고 뒷자리에도 문이 달린 미니를 원하는 소비자의 입맛을 만족시켰다. 3세대 미니 쿠퍼 5도어가 나오기 전까지 컨트리맨은 유일한 5도어 미니였다. 덕분에 아이를 둔 가족, 야외 레저 활동을 즐기는 소비자들도 무리 없이 미니의 감성과 운전 재미를 즐길 수 있었다. 컨트리맨은 일반 쿠퍼보다 덩치는 컸지만, 당시 미니가 주창했던 ‘고-카트’ 느낌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단단한 승차감과 민첩한 핸들링을 보였다.
컨트리맨의 또 다른 매력은 네바퀴굴림 시스템인 ‘올포(ALL4)’다. 전자기식 센터 디퍼렌셜이 주행상황에 따라 BMW의 ‘x드라이브’처럼 구동력을 앞뒤로 0~100%까지 배분한다. 속도가 140㎞/h를 넘으면 연료 효율을 위해 구동력이 앞바퀴에 100% 집중된다. ‘올포’는 미니 쿠퍼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안정감과 함께 미니로 즐길 수 있는 라이프 스타일 영역을 확장시켰다.
올해 두 번째 컨트리맨이 등장했다. 국내에 지난 서울모터쇼 때 처음 모습을 비춘 신형 컨트리맨은 완전히 다른 차가 돼서 나타났다. 외모는 크게 변하지 않고 속이 많이 바뀌었다. 얼굴엔 여전히 장난기가 가득하지만 한층 성숙한 모습이다. 이전 컨트리맨이 교복을 입은 모습이었다면, 신형은 말쑥한 캐주얼 슈트를 입은 느낌이다. 동그랬던 헤드램프에는 살짝 각이 졌고, 커진 공기 흡입구 덕에 코 평수는 넓어지고 더욱 웃는 얼굴이 됐다. 리어램프엔 원형 LED 라이트가 들어가 입체감을 더했다. 전체적으로 스포티하고 발랄한 느낌이 강해졌다. 컨트리맨은 옆에서 봤을 때 가장 매력적이다. 균형 잡힌 차체 비율은 예전 그대로다.
덩치는 더욱 커져 제법 SUV의 면모를 갖췄다. 차체 길이는 4,299㎜로 이전보다 199㎜ 길어졌고, 너비와 높이도 각각 33㎜, 13㎜ 늘어났다. 역대 미니 중 가장 크다. 휠베이스도 75㎜ 늘어나 뒷좌석은 전보다 여유로워졌다. 시트 포지션은 전보다 높아져 처음 탔을 때 어색하기까지 했다. 편의를 위해 2열 시트는 최대 13㎜까지 슬라이딩 된다. 2열 시트는 40:20:40 비율로 평평하게 접을 수 있다. 트렁크 용량은 450ℓ며 2열 시트를 모두 접으면 최대 1,390ℓ까지 확장할 수 있다.
시승차인 SD 컨트리맨 올포는 2.0ℓ 직렬 4기통 직분사 VGT 디젤 엔진이 장착돼 최고출력 190마력을 발휘한다. 실제 운전해보면 엔진 회전수 1,750~2,500rpm 영역에서 40.8kg·m의 최대토크가 튀어나와 생각보다 풍부한 힘을 느낄 수 있다. 변속기는 기존 자동 6단에서 8단 스포츠 스텝트로닉으로 바뀌었는데, 엔진에서 나오는 힘을 무리 없이 매끄럽게 전달한다. 전보다 날씬하고 길어진 변속 레버는 한 손에 착 감기는 맛이 좋다.
주행 감성은 생각보다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시동 소리마저 이전과 비슷하다. 3세대 미니 쿠퍼가 고-카트 정신을 약간 놓고 말랑해져 신형 컨트리맨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예상했으나, 컨트리맨의 승차감은 여전히 딱딱하다. 뒷바퀴에 멀티링크 서스펜션을 사용했지만, 댐퍼를 단단히 조여놔 뒷자리 탑승객의 핀잔을 들을 수 있다. 오해하지 마시라. 승차감이 안 좋다는 게 아니라 부드럽지 않다는 뜻이다. 반면 운전석은 즐겁다. 무거운 스티어링휠은 단단한 승차감과 어우러져 스포티한 조종 재미를 준다. 엔진, 노면, 바람 소음은 거슬리지 않을 정도다. 시승차엔 19인치 피렐리 런플랫 타이어(앞뒤 225/45 R19)가 장착돼 있었다. 타이어에 구멍이 생겨도 최고 80㎞/h의 속도로 정비소나 집까지 달릴 수 있다.
네바퀴굴림 시스템인 ‘올포’는 기존 전자 기계식에서 전기 유압식으로 바뀌어 반응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고 한다. 새로운 ‘올포’는 앞차축 디퍼렌셜에 내장된 ‘파워-테이크-오프(Power-Take-Off)’ 유닛과 뒤차축의 추진축 그리고 구동 토크를 계산해 뒷바퀴로 전달하는 ‘행-온(Hang-On)’ 클러치로 구성된다. 이 시스템의 전자 컨트롤 장치는 DSC(Dynamic Stability Control)와 연결돼 있어 실시간으로 동력 분배 타이밍을 감지한다. 실제로 오프로드를 달려보면 길을 잘 짚어 나간다는 느낌이 든다. 딱딱한 승차감이 툭툭 던지는 충격은 있지만, 그만큼 길의 결을 잘 파악하며 지날 수 있다.
가장 많은 변화는 인테리어다. 이전과 같은 요소는 미니 엠블럼 하나라고 해도 될 정도로 모든 게 싹 바뀌었다. 시트와 도어 패널의 마감도 훨씬 고급스러워졌다. 시트는 전동으로 조절되고 메모리 기능도 포함돼 있다. 원형 센터페시아의 모습은 그대로지만 그 안에 담겨 있는 프로그램은 첨단이다. 터치스크린이 적용된 8.8인치 디스플레이엔 깔끔한 그래픽의 내비게이션과 함께 다양하고 익살맞은 프로그램이 들어있다. 특히 험로에 들어섰을 때 운전 난이도를 기록해주는 ‘미니 컨트리 타이머’는 컨트리맨에만 있다. 미니 최초로 들어간 전방 추돌 경고 장치인 ‘액티브 가드’도 인상적이다. 경고음과 함께 디스플레이에 충돌 위험을 알리며, 10~60㎞/h 구간에선 브레이크도 자동으로 개입한다. 트렁크 밑에 발을 갖다 대면 문이 자동으로 열리는 ‘이지 오프너’ 기능도 새로 추가됐다.
신형 컨트리맨은 BMW의 새로운 앞바퀴굴림 플랫폼인 UKL2에서 만들어진다. BMW X1과 플랫폼을 공유해 휠베이스는 같지만 오버롤은 158㎜ 짧다. 같은 플랫폼일지라도 두 차가 주는 감성과 주행감은 확연히 다르다. 당연히 타깃 소비자층도 달라 서로 각을 세우는 일은 없겠다.
내 기억 속의 미니는 단단한 아날로그 감성으로 운전자의 마음을 잘 헤아려 야무지게 달리는 차였다. 그런데 3세대 미니 쿠퍼부터 BMW의 유전자를 드러내며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신형 클럽맨과 컨트리맨에 이르러선 단순히 제품뿐만 아니라 브랜드 정체성도 함께 꿈틀대고 있음이 느껴진다. 과거 미니는 ‘낫 노멀(NOT NORMAL)’을 주창하며 자타공인 범상치 않은 이들과 교류했다. 소수일지라도 평범한 라이프 스타일을 지양하는 운전자들의 마음의 소리를 들어주었다. 지금의 미니는 포용력이 더 넓어졌다. 댐퍼 스프링의 힘을 약간 빼고 다양한 편의 기능을 넣어 치장했다. 고급스럽게 확 바뀐 전시장의 CI만 봐도 알 수 있다. 컨트리맨도 더 커지고 제법 쓰임새가 많아져 이제 당당히 소형 SUV의 궤도에 올랐다.
이런 미니의 변화는 경쟁 모델을 보면 어쩔 수 없어 보인다. 현재 컨트리맨의 가격대는 4,340만~5,540만원이다. 이 영역엔 메르세데스 벤츠 GLA 클래스, 링컨 MKC, 지프 체로키 등이 있다. 어쩌면 X1도 은근히 내부 경쟁을 해야 할 수도 있지 않을까? 물론 이 차들은 컨트리맨과 캐릭터가 다르지만, 단순히 작은 프리미엄 SUV를 찾는 소비자 앞에선 나란히 앉아서 면접을 봐야 할 수도 있다. 변화는 경쟁력이다. 그래서 컨트리맨의 변신은 무죄다.
조두현 기자 joech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