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넥센 이정후(왼쪽)과 이종범 해설위원/사진=넥센
[한국스포츠경제 김주희] 프로 첫 해를 보내고 있는 넥센 이정후(19)의 활약은 어디까지 이어질까. 지금의 페이스라면 아버지 이종범(47) MBC SPORTS+ 해설위원의 신인 시절도 뛰어 넘을 것으로 보인다.
이정후는 올 시즌 49경기에 나와 타율 0.343, 2홈런 38득점 19타점을 기록해 타율 8위, 득점 3위에 올라있다. '신인'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만한 만점 활약이다. 이정후가 '공포의 9번 타자' 역할을 해주면서 넥센의 공격에도 더 활기가 띄고 있다. 이정후는 9번 타순에서 타율 0.500(44타수 22안타)를 때려내고 있다.
수장의 칭찬도 마르지 않는다. 장정석(44) 넥센 감독은 "상대 8,9번 타자들이 살아나가면 상위 타순으로 연결이 되기 때문에 경기가 힘들어진다"며 "우리 팀에서는 그런 9번 타자 역할을 이정후가 정말 잘해주고 있다"며 흐뭇해했다.
'아버지'의 예상도 기분 좋게 뒤엎는 활약이다. 시즌 전 이종범 위원은 "이정후는 개막 후 대수비나 대주자로 나가게 될 것이다. 경기 후반에 투입돼 어떻게 경기를 풀어나갈 지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이정후는 뜨거운 방망이와 안정적인 외야 수비를 무기로 붙박이 주전으로 자리 잡았다.
데뷔 첫 해의 모습이 신인 시절 이종범 위원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다는 점은 더 의미가 있다. 이정후는 프로에 데뷔도 하기 전부터 '바람의 손자'로 불렸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바람의 아들' 이종범 위원의 아들이라는 것만으로도 많은 관심과 기대를 받았다. 한편에서는 아버지를 뛰어 넘는 활약을 펼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의심 어린 시선도 보냈다. 자연스럽게 프로 무대에 선 이정후의 비교 대상은 아버지 이종범 위원이 됐다.
'아버지의 그늘'은 없다. 신인 시절 성적만 놓고 보면 아버지에게도 밀리지 않는다. 이종범 위원은 데뷔 첫 해였던 1993년 126경기에 나와 타율 0.280에 그쳤다. 홈런은 16개를 때려냈고, 53타점 85득점을 기록했다. '바람의 아들'답게 도루는 73개를 올렸다. 이정후는 도루 3개만 기록했다. '아버지 만큼' 빠르진 않지만, 주력이 느리진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대로의 활약을 이어간다면 '신인 3할 타자'의 탄생도 기대해 볼 수 있다. KBO리그에서 신인 3할 타자는 지금까지 13명이지만 고졸 신인만 놓고 보면 1983년 고(故) 유두열(롯데, 타율 0.307)이 유일했다. 하지만 당시 유두열은 27살의 나이로 실업 리그에서 뛰었던 선수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19살' 이정후의 도전은 사실상 순수 고졸 신인으로는 '처음'이라는 의미가 붙는다. 더욱이 KBO리그의 신인 3할 타자는 1998년 강동우(당시 삼성) 이후 맥이 끊긴 상태다.
아버지는 품지 못한 신인왕에 대한 가능성도 높여가고 있다. 이종범 위원은 입단 첫 해 양준혁(당시 삼성)이게 밀려 신인왕 경쟁에서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올 시즌 이정후는 신인들 중 단연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면서 일찌감치 신인왕 1순위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김주희 기자 juhee@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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