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드먼 “사회가 기술 못 따라가… 불안한 시민들이 극좌 극우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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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드먼 “사회가 기술 못 따라가… 불안한 시민들이 극좌 극우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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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3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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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머스 프리드먼이 새 책 '늦어줘서 고마워' 발간을 맞아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열린 북토크에서 강연하고 있다. 아산정책연구원 제공

“40년이 채 안 되는 시간에 나는 수동 타자기로 한 번에 세 문단씩 기사를 쓰던 시대에서 자율주행차를 타고 내 휴대폰에 그걸 기록하는 시대로… 새로운 기술 변화에 계속해서 추월 당하는 시대로 옮겨 온 것이다.”(‘늦어줘서 고마워’ 중)

64세 노장 저널리스트는 1978년 이란에서 취재한 뒤 쓴 기사를 전화로 미국 본사에 불러주던 때를 회상했다. 40년 사이 급격한 기술 변화를 온몸으로 느껴왔을 그는 미국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 현대사회의 세계화를 다룬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 ‘세계는 평평하다’ 등으로 세계적 인지도를 얻은 인물이다.

프리드먼이 새 책 ‘늦어줘서 고마워’의 한국 발간(7월 예정)을 맞아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북토크 형식의 강연회를 열었다. 그는 ‘가속의 시대에 적응하기 위한 낙관주의자의 안내서’라는 부제목이 붙은 신작에서 현재를 ‘가속의 시대’로 정의하고 이에 어떻게 적응해야 하는지 답한다.

프리드먼은 신작에서 세 가지 가속에 대해 핵심적으로 논의한다. 급격한 디지털 기술 발전은 세계화를 촉진한다. 사회관계망서비스 페이스북과 트위터, 온라인결제시스템 페이팔 등으로 세계는 상호연결을 넘어서 초연결 사회가 됐다. 이러한 세계화는 기후변화, 생물변화와 같은 대자연의 변화를 가속한다. 이 변화들은 ‘무어의 법칙’을 따른다. 세계적 반도체 회사인 미국 인텔의 창립자인 고든 무어가 1965년에 주장한 ‘반도체 성능은 2년 마다 2배가 된다’는 법칙이다. 반도체의 성능변화를 그래프로 표현하면 하키 채 모양으로 급속히 변화한다는 것이다.

프리드먼이 보기에 세상의 급속한 변화는 2007년부터 시작됐다. 그는 “2007년은 역사적으로 ‘구텐베르크의 금속 활자 발명’과 같은 거대한 기술 발전 연도로 평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 해 1월 스티브 잡스는 첫 아이폰을 발표하며 스마트폰 시대의 시작을 알렸고, 미국 내 학생들이 주로 이용하던 페이스북은 전세계를 대상으로 한 서비스를 개시했다. 클라우드 컴퓨팅의 시초인 브이엠웨어도 같은 해 시작됐고, 구글은 유튜브를 인수했다. 10년이 지난 오늘날, 2016년 기준 전세계 인구의 47%는 사이버 공간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 프리드먼은 “기술의 발전으로 미국 대통령은 어떠한 필터도 없이 트위터를 이용해 수천만명의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보낼 수 있게 됐다”며 “모든 사람이 연결되지만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사이버 공간에 우리가 산다”고 말했다.

아이폰 첫 등장 2007년

기술발전 도약시대로 평가될 것

변화 빠를수록 오래된것 더 가치

‘늦어줘서 고마워’ 7월 국내 출간

英 유럽연합 탈퇴, 美 트럼프 당선

변화 못 따라간 사람들 불안 때문

공화당 이젠 보수정당 아닌 부족

‘나쁜 족장’ 트럼프 탄핵 시기상조

하지만 사람들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물리적 기술을 따라잡지 못했다. 미국의 소매점과 신문사는 붕괴했다. 정치, 교육 등 사회적 변화 속도가 더딘 만큼 사람들은 불안과 분리에 직면하게 된다. 이런 괴리 속에서 혼란을 경험한 많은 시민들이 극좌나 극우 성향 후보를 찾게 된다고 프리드먼은 분석하고 있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 등이 그 방증이라는 주장이다.

프리드먼은 트럼프의 당선 이유에 대해서도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미국 중산층이 번성했던 50, 60년대는 백인남성이 중간급 능력으로 고임금을 받을 수 있는, 실패할 수 없는 시대였다”며 “시대 변화 속에서 타격을 입은 이들이 트럼프에게 표를 던졌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탄핵에 대해선 시기상조라고 단언했다. 프리드먼은 “과거 공화당은 북쪽의 자유주의와 남쪽의 보수주의를 조합하는 ‘정당’이었지만 이제는 나쁜 행동을 한다고 부족장을 버리지 않는 ‘부족’으로 변질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만약 트럼프가 탄핵당한다면 공화당을 위협했기 때문일 것”이라며 “하지만 탄핵 얘기는 아직 이르다”고 덧붙였다.

가속의 시대 혼란을 어떻게 줄여가야 할까. 프리드먼은 책 후반부에서 일터, 지정학, 정치, 윤리, 공동체 다섯 영역에 걸친 혁신을 이야기한다. 일터에서는 인공지능(AI)을 IA(Intelligent Assistantㆍ똑똑한 비서)로 어떻게 바꿀지 고민해 가속의 시대에 살아남아야 한다고 말한다. 프리드먼은 샌디에이고에 64개 건물로 이뤄진 퀄컴 본사를 예로 들었다. 그는 “퀄컴은 2년 전 6개 건물의 에어컨, 문, 전등 등 거의 모든 사물에 센서를 달고 아이패드로 컨트롤할 수 있게 만들었다”며 “고장이 났을 때 어떻게 고칠지 누구에게 연락할지를 바로 알 수 있게 했는데 IA 활용으로 격이 달라진 예”라고 설명했다.

프리드먼은 가속의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인간은 그 속도만큼 빠르거나 그보다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스스로를 ‘아날로그 인간’이라고 칭했다. 기술변화 속도가 인간의 적응력을 넘어선 시점에 이르렀지만 해답은 사람들간의 연대에 있다고 봤다. “인간들 간의 연대가 신뢰를 만들고 그 신뢰가 공동체를 만듭니다. 하나의 가족이나 연방 정부처럼 사람들 간의 공동체가 인간의 적응력을 촉진한다고 생각합니다.”

새 책 제목이 역설적으로 ‘늦어줘서 고마워’인 이유도 오래되고 느린 것에 대한 필요성을 말하기 위해서다. 프리드먼은 약속시간에 늦는 사람들 때문에 오랫동안 천착해 온 생각들을 연결해 책으로 펴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컴퓨터는 정지 버튼을 누르면 멈추지만 사람은 그때부터 시작합니다. 여유를 가지면 성찰하고, 다시 생각하고, 다시 상상할 수 있지요.”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이진우(서울대 경제학3)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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