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 의원 절반 넘는 20여명 발언
호남 주도 온건론과 강경론 팽팽
文대통령 입장 표명에 기류 급변
바른정당, 인준 절차에 응할 방침
정의당은 ‘동의’ 당론 확정
한국당, 강경화ㆍ김상조도 철회 요구
국회가 29일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처리에 실패했지만 총리 인준은 사실상 9부능선을 넘어섰다. 캐스팅 보트를 쥔 국민의당이 29일 의원총회를 거듭 개최하는 고심 끝에 인사청문 제도 개선을 전제로 “대승적 차원에서 협조하겠다”고 입장을 정하면서 31일 본회의 처리가 유력한 상황이다. 자유한국당이 사실상 문재인 대통령의 직접 사과를 요구하며 ‘인준 불가’ 당론을 확정했지만, 뜻을 관철할 현실적 수단은 많지 않아 보인다.
이낙연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 문제는 청와대가 국무위원 후보자 검증과 관련한 새 도덕성 기준을 제시하면서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국회에서 정세균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4당 원내대표 회동에 참석해 논란이 된 위장전입 문제와 관련한 구체적 인선 원칙을 설명했다. 장관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2005년 7월 이후 위장전입 관련자는 국무위원 후보자에서 배제하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에 대해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야당은 고위공직자 인선 세부기준을 마련하자는 원칙론에 의견 접근을 이루기도 했다. 하지만 이 후보자 인준안 처리와 관련해서는 “당내 의견을 수렴해 보겠다”며 유보적 입장을 고수하면서 여야간 밀고 당기기가 이어졌다.
‘캐스팅 보터’로서 시험대에 오른 국민의당은 일찌감치 의원총회를 소집한 뒤 국회 상황에 따라 정회와 속개를 거듭하며 고심을 거듭했다. 소속의원 절반이 넘는 20여명의 의원들이 발언에 나서며 일진일퇴의 논쟁이 이어졌다. “5대 비리 전력자 원천 배제 원칙에 어긋난 인사에 대한 문 대통령의 사과와 해명이 필요하다”는 강경론과 “국정 안정화를 위해 우선 총리 인준안 처리에 협조하고 재발방지책 마련을 주문해야 한다”는 온건론이 맞서면서 당론을 정하지 못한 채 지도부에 인준 문제를 위임하기로 결론 났다.
국민의당의 기류는 문 대통령이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ㆍ보좌관 회의에서 인선 논란과 관련해 “야당 의원들과 국민들께 양해를 부탁 드린다”며 입장을 표명하면서 ‘선 인준 처리’ 로 급격히 기울었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간담회를 열고 “(문 대통령의 발언이) 인선 원칙을 포기한 데 대한 유감표명으로 보지 않는다”면서도 “대승적 차원에서 협조키로 했다”고 강조했다.
국민의당은 문 대통령에 호의적인 호남 민심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는 딜레마 상황이 곤혹스러웠던 것으로 보인다. 김 원내대표는 앞서 의원총회에서 “정부·여당 일각에서 호남 총리니까 국민의당이 반대하지 못할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데 이는 공당인 국민의당을 폄하하고 무시하는 지극히 모욕적인 발상”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하지만 천정배ㆍ장병완 의원 등 호남 중진들이 의총에서 온건론을 주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의당에 이어 바른정당도 이 후보자 인준 절차에 응하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오신환 대변인은 “대통령 자신은 노력했지만 국회가 총리 인준을 정치 쟁점화시켜 이 후보자의 인준이 늦어지고 있다는 것은 전형적인 남 탓 화법”이라면서도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고 안정적 정부 운영을 바라는 국민의 기대를 감안해 향후 인준절차에 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의당도 “이 후보자에게 아쉬운 점이 있지만, 직무를 맡길 수 없을 만큼의 결격 사유는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인준 동의를 당론으로 확정했다.
반면 한국당은 의원총회 끝에 문 대통령의 이 후보자 인준 요청을 거부하기로 결론 냈다. 오히려 이 후보자뿐 아니라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에 대해서도 문 대통령이 지명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는 등 강경 입장으로 한발 더 나갔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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