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본부 30여명 근무도 안하고
시간외수당 월 70만원씩 짬짜미
사유도 없이 들쑥날쑥 인사평가
반발한 직원 6명 재계약 거부해
서울시립교향악단(서울시향) 경영본부 관계자들이 시간 외 근무를 하지 않고도 수당을 받는 등 파행운영을 일삼아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일반 직원에 대해서는 편파적인 평가가 이뤄졌고, 외국인 객원연주자에 지급되는 연주료가 과다 책정된 정황도 드러났다.
서울시와 서울시의회는 올해 2월부터 한 달간 서울시향 종합감사를 벌인 결과 이 같은 사실을 적발했다고 29일 밝혔다.
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 등에 따르면 시향 경영본부 직원들은 2005년 재단법인 독립 이후 10년 넘게 시간 외 근무를 하지 않고도 일괄적으로 수당을 수령해 왔다. 서울시 감사위원회가 지난해 11월과 12월 임금을 검토한 결과 각각 2,259만원의 수당이 30여명의 직원들에게 지급됐다. 직원 한 명당 월평균 70만원 이상의 부당 수입을 올린 셈이다. 특히 간부급 인사인 홍모씨는 이 같은 수법으로 월평균 115만원의 수당을 챙겼다.
더 큰 문제는 지난해 10월 행정사무감사 당시 이 같은 문제점을 지적 받은 시향 경영본부가 기존 수당을 아예 본봉에 포함시키고 별도의 시간 외 수당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근로계약서를 변경했다는 점이다. 시의회 관계자는 “이 같은 방식으로 1월부터 현재까지 시간 외 수당을 이중지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감사위원회는 또 시향 일반직원의 고과 평가가 객관적이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시향의 직원 평가는 1차와 2차 평가로 나뉘는데, 최근 3년간의 평가자료를 보면 1차와 2차 평가 사이에 최대 15점까지의 차이가 발생했다. 또 1차 평가와 2차 평가의 점수차가 크게 난 경우에도 별도의 사유를 적시하지 않고 점수만 부과했다.
시의회 관계자는 “서울시향 평가규정상 1차 평가는 참고사항일 뿐 실질적으로 고과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2차 평가자의 평가라는 점에서 ‘내 식구 감싸기’ 식 평가가 이뤄진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올해 1월 6명의 직원들이 이 같은 평가방식에 불만을 품고 재계약을 거부하기도 했다.
시향 외국인 객원연주자인 A씨의 회당 연주료가 7,500달러로 과다하게 지급됐다는 점도 지적됐다. 뉴욕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바이올린 제1수석이 내한공연시 받는 회당 연주료는 3,000달러 수준으로 A씨는 이보다 2.5배 정도 높은 연주료를 받은 셈이다. 또 A씨가 라디오프랑스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소속 당시 받았던 월급은 한화로 400여만원이 채 안 되는 것을 감안할 때 서울시향 객원연주자로서 이례적으로 높은 연주료를 받았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정명훈 전 예술감독이 라디오프랑스필하모닉에 몸 담았던 점을 들어, 같은 오케스트라 출신인 A씨가 특혜를 받은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로 이번 감사과정에서 10년간 시향 상임작곡가를 연임했다고 지적 받은 진모씨도 ‘정명훈 라인’으로 분류되는 인사다. 시향 관계자는 “유명 오케스트라는 상임작곡가를 3년 이상 연임하지 않는 것이 관례”라며 “심지어 진씨는 10년간 시향을 위해 작곡한 음악이 딱 두 곡이고, 이마저도 작곡료를 따로 받아가는 등 석연치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서울시향은 “다음달 감사결과가 공식발표 되면 입장을 밝히겠다”고 설명했다.
박주희 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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