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성장동력 발굴 외쳤지만
무분별한 확장에 수 년째 적자
신세계, 현대백화점 고민 깊어져
대형 유통업체들이 새 먹거리 발굴을 위해 신사업에 뛰어들었다 고전을 면치 못하며 속앓이를 하고 있다. ‘남이 하면 나도 한다’는 무조건적인 사업 확장 전략이 주요 패인으로 분석된다.
2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의 편의점 사업법인 위드미는 지난 2014년 출범 이후 매년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사업 첫해인 2014년에 139억원의 적자로 시작한 위드미는 2015년과 2016년에도 각각 270억원과 358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하며 매년 적자 폭을 늘려가고 있다.
올해 1분기에도 위드미 영업손실은 12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0.5% 증가했다. 장기간 이어진 위드미의 실적부진은 신세계도 예상하지 못한 것이다. 신세계는 위드미 출범 당시 “위드미 점포수가 1,000개가 될 때까지는 적자를 감내하겠다”는 전망을 발표했었다. 하지만 위드미 점포수는 2015년 12월 1,000호점을 넘어선데 이어 최근 2,000호점도 돌파했지만 적자 폭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주요 편의점 업체들의 점포수가 1만개를 넘어선 상황에서 2,000개의 점포로 경쟁을 하기는 쉽지 않다”며 “단기간에 위드미 실적이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의 정수기 렌털ㆍ판매 사업법인 ‘현대렌탈케어’도 2015년 출범 후 적자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회사의 영업적자는 2015년 61억원에서 지난해 209억원으로 3배 이상 늘어났다.
현대백화점그룹은 동양매직, 코웨이 등 생활가전 업체들이 매물로 나올 때 마다 인수전에 관심을 보여왔다. 하지만 인수에 실패하자 2015년 현대렌탈케어를 직접 설립하고 시장에 뛰어들었다. 현대백화점은 현대렌탈케어를 출범하며 “정수기뿐 아니라 그룹 계열사 현대리바트가 제조하는 가구와 매트리스 등도 렌털 방식으로 판매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하지만 시장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현대백화점은 2015년 “5년 내 현대렌탈케어 매출을 2,500억원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사업 계획을 밝혔으나 사업 2년 차인 지난해 매출은 100억원에 불과했다.
생활가전 업체 관계자는 “렌털 시장은 사실상 포화 상태로 신규 사업자가 손쉽게 점유율을 높이기는 힘들다”며 “현대백화점그룹이 결국 다른 렌털 업체 인수에 나설 것이란 소문이 도는 이유”라고 말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대접받던 시내 면세점 사업도 주요 유통업체들의 아픈 손가락이 된지 오래다. 신세계백화점이 운영하는 신세계DF는 지난해 523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적자(-15억원) 늪을 벗어나는 데 실패했다. 아직 면세점 문을 열지도 않은 현대백화점면세점도 지난해 사업 준비 등으로 9억9,853만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시내 면세점 사업이 당초 기대와 달리 부진하자 현대백화점 등은 면세점 개점 시기를 내년으로 미루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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